"다(多)주택자들이 전부 투기꾼일까요. 수십 채도 아니고 2~3채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투기꾼 취급을 받으며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요즘 다주택자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무거워진 세금 탓이다. 집을 팔자니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보유하자니 종합부동산세가 기다린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퇴로(退路)를 열어줬다. 올 6월 말까지 집을 팔면 양도세 중과(重課)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 준다는 것.
그렇다면 6월 말 이전에 팔면 되지 않을까. 유찬영 안세회계법인 세무본부 대표세무사는 "시장을 모르는 얘기"라고 말한다. 중저가 주택은 몰라도 고가(高價) 주택은 매수자가 적고 대출도 막혀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 17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하고 2016년 안세회계법인에 합류한 그는 부동산 세무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개설한 '땅집고 세무센터' 대표세무사를 맡아 다주택자 대상 절세 상담을 시작했다. 그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다주택자 규제의 문제점은.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웠던 1998년 외환 위기 전후와 부동산 부양 정책을 폈던 2008~2015년 낮은 가격에 집을 산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두 채 더 사서 오래 갖고 있었는데, 벌을 주듯이 세금을 중과하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6월 이전과 이후에 양도세 차이는.
"서울 강남과 강북, 경기 과천에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한 A씨 사례를 보자. A씨가 30년 전 4억여원에 산 강남 아파트가 현재 30억원쯤 된다. 올 6월 이후 이 집을 팔면 양도세는 17억원이다. 하지만 6월 이전에 팔면 중과세가 없어 8억190여 만원으로 줄어든다. 6월 말이 지나서 팔면 양도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야 할 수도 있다. A씨는 강남 아파트를 18억원에 전세 놓고 있는데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돌려주고 양도세까지 내려면 5억원이 부족하다."
―그럼 6월 이전에 팔면 되지 않나.
"그러려면 늦어도 3월 말까지 매수자를 구해 계약금 정도는 받아야 한다. 고가 주택은 매수자가 쉽게 붙지 않는다. 더구나 서울 강남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주택 시장이 위축돼 6월 이전에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 팔고 버티면 어떻게 되나.
"종부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A씨가 올해 내야 할 종부세는 6516만원이다. 작년(2895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A씨가 소득이 없는 은퇴자라면 엄청난 타격이다."
―팔 수도, 보유할 수도 없다면.
"해법은 있다. 이른바 법인 전환이다. 법인을 만들어 개인 부동산을 넘기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보다 법인세 세율이 낮다. 여러 자산을 개인과 법인으로 분산하면 과세 대상 금액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양도세 절세 효과가 크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세가 이월 과세된다. 언젠가 낼 세금이지만 6월 말 이전에 법인 전환하면 중과세 없는 양도세를 이월할 수 있다. 법인 전환 이후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한 손해가 없다."
―법인 전환하면 종부세도 줄어드나.
"A씨가 집 3채를 개인 명의로 소유할 때 올해 종부세는 6516만원이다. 강남 아파트를 법인 전환해 소유하고 나머지 두 채는 개인 명의로 보유하면 약 3966만원으로 줄어든다. 법인 전환으로 2550만원 절약할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 당부할 말은.
"온 가족이 함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자산을 관리하는 데 법인만큼 괜찮은 방법이 없다. 이른바 '가문의 부동산'을 만드는 것이다. 자녀에게 법인 수익을 적절하게 분산하면 합법적 증여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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