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용인 수지 주민들은 2000년대 초반과 똑같은 상황이라고들 얘기해요. 강남 집값을 때려잡으니까 이 동네 집값이 오른다는 거지요.”
경기 용인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 롯데캐슬골드타운’ 아파트 앞에서 영업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수지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정문 바로 앞 신분당선 성복역에서 전철을 타면 강남역까지 환승없이 30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작년 6월 입주한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1월 초 11억 7200만원(16층)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10월(8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3억원이 올랐다. 용인 수지구에서 30평대 아파트가 10억원을 넘긴 건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최원호 LG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성복동 신축 아파트나 분양권은 2억~3억원씩 올랐고 20년 넘은 노후 아파트도 1억원씩 올랐다”며 “2000년대 중반 속칭 ‘버블 세븐’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는 올 들어 집값이 급등한 이른바 ‘수·용·성(경기 수원·용인·성남)’ 지역 중 하나다. 서울 강남과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약세였던 지역인데,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른바 ‘풍선 효과’에 힘입어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강남을 타깃으로 한 재건축 규제가 용인 등 속칭 ‘버블 세븐’을 만들어 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버블세븐 재현되나…규제 이후 더 급등해
수지구는 2000년대 초반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한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용인 3개구(수지·기흥·처인구) 중 가장 북쪽에 있어 서울과 가깝고, 분당과 붙어 있다. 강남 대체지역으로 개발된만큼 강남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당시 대형 아파트를 많이 지어 소위 ‘강남 부자’들이 용인 수지로 많이 몰렸고, 집값도 강세였다.
과거 수지 집값이 오른 이유로 풍선효과 영향도 컸다. 강남 3구에 재건축 열풍이 일면서 가격이 급등하자,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안전진단 강화, 임대주택 의무화 등 재건축 규제를 도입했다. 강남 집값 안정을 노린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주변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강남3구 외에 용인 수지구, 목동·분당·평촌 집값이 올랐다.
최근 수지구를 비롯한 ‘수·용·성’ 지역에선 과거 버블세븐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정임 롯데캐슬골드타운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수지 집값이 오른 것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을 막은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수지구 아파트는 아직 9억원이 안되고, 투기과열지구는 아니어서 매매가 수월한 편”이라고 했다.
수지구에 풍선 효과가 집중되는 가장 큰 원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수지구는 조성 당시 서울과 가깝지만 교통·기반 인프가 부족했고, 지금은 인기 없는 중대형 주택이 많이 공급됐다. 그 결과 초기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집값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바뀌었다. 용인~서울 고속도로 등 서울과 용인을 오가는 도로망이 추가로 들어서고, 신분당선 같은 전철망이 갖춰지면서 용인은 강남 출퇴근이 수월하면서도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용인 성복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용인 수지는 30~40분 내에 강남 출퇴근이 가능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 새 아파트에 대형 쇼핑몰까지…성복역 일대 실수요자 주목
용인 수지에 공급된 새 아파트도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신분당선 성복역 주변에는 작년에만 2500여 가구가 입주했고, 올해와 내년에 걸쳐 롯데캐슬파크나인1·2차 등 약 1600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앞뒀다. 작년에는 성복역2번 출구 ‘성복역 롯데캐슬골드타운’ 단지 내 부지에 대형 쇼핑몰과 영화관이 문을 열어 주변 노후 아파트까지 수혜를 입게 됐다. 게다가 1990년대 중반에 지은 수지구 풍덕천동 일대 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교통망도 더 확충된다. 지난 1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광교중앙역에서 수원 호매실역까지 더 연장될 예정이다. 용인은 신분당선 중간 지점으로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요충지가 된다.
용인 수지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용인 태영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가 너무 자주 나오기도 하고 집값 불확실성이 강해 금세 가격이 하락할까 불안해하는 집주인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수지가 입지면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으로 당분간 인기를 더 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용인 수지는 수도권에서 비교적 입지가 괜찮은 지역임에도 그동안 강남 등 서울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규제가 없다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가격 키맞추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2008년 때처럼 금융위기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가격이 폭락하기보다 일정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