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영화 '기생충'의 그 반지하, 상가로는 인기 만점

뉴스 이나영 인턴기자
입력 2020.01.30 03:00

영화 ‘기생충’ 속 주인공 가족은 온 가족이 장마철에 집이 잠겨버리는 반(半) 지하에 산다. 영화에서 반지하는 가난의 은유다. 주인공 일행을 더 비참하게 보여주는 장치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부터, 왜 반지하는 가난을 상징하게 됐을까.

[땅집고]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 캡처


반지하가 실제 주거 공간으로 등장한 것은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일제강점기 때 ‘반지하’라는 주거 공간은 기록으로도 거의 없고, 주거공간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6·25를 거치고 난 뒤 심리적 대치상태가 지속하던 1970년, 혹시 모를 북한의 공습에 대비해 주택 지하에 방공호를 설치하라고 법으로 정한 것이 반지하 탄생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때 지은 반지하는 지금처럼 사람이 거주할 목적이 아니었다. 자연히 따로 화장실·부엌이 없는 구조이고 그저 창고 등으로 쓰였다.

반지하 공간을 집 삼아 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시작된 현상이다. 법적으로도 1984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관련 법령이 생겼다. 도심 주택가에 있는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방 대부분이 실제로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지은 것들이다. 이 시기 반지하가 본격적으로 주택으로 사용된 이유는 반지하가 당시에는 저소득층에게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창고로 쓰이던 공간에 주방과 화장실을 설치해 세를 놓을 수 있어 좋았고 세입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에 집을 얻을 수 있었다.

[땅집고] 영화 '기생충' 가운데 반지하에 대해 설명하는 봉준호 감독. /씨브라더


외국에도 반지하 주택이 있기는 있다. 주택문제가 심각한 홍콩이나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거주 기능을 갖춘 반지하 주택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일반적인 주거형태는 아니다.

■반지하 주택, 미래에는 없어진다? 상업시설로는 인기 급상승 중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현재 반지하 주택이 얼마나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1.9%를 차지하는 36만 3896가구가 지하와 반지하 주택에 산다. 서울 기준 전체 주택의 약 11% 정도가 지하와 반지하 주택으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지하 주택은 사라지는 추세다. 새로 짓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에는 반지하 주택을 짓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서울 다세대 주택 밀집지 중 하나인 구로구청 관계자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크고, 임대료 수익이 크지 않아 건축주들이 반지하 주택을 넣어 인허가를 받는 경우는 지난 5년 사이 없었다”며 “대신 1층을 비워 두는 필로티 구조나, 1층을 주차장을 넣는 건축물이 대세”라고 말했다.

[땅집고] 햇빛이 잘 안 들어와 곰팡이가 퍼지기 쉬운 반지하.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땅집고] 태풍으로 침수된 반지하. /MBC화면캡처


기존의 반지하 주택은 주택으로는 인기가 없지만, 최근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해 상업용 건물로 바꿀 때는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반지하층이 있는 주택을 리모델링 할 경우 반지하 주택 앞 부분 1~2m를 파내고 ‘선큰’ 구조로 만들어 들어가는 입구를 별도로 설치하면 1층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반지하 상가는 2·3층과 비교했을 때 접근성과 가시성 측면에서 유리해 임차인들이 선호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홍대·서교초등학교 인근에는 주택을 개조한 반지하 카페·옷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건축 면에서도 반지하는 용적률 층수 산입 시 제외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층 레코드숍 겸 카페 내부. /조선DB


기존의 반지하 주택을 매입할 때는 습기와 통풍에 초점을 두고 집을 선택해야 한다. 윤재선 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반지하 공간를 활용할 때는 습기와 열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적절한 통풍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역시나 결로가 발생하므로 리모델링할 때 환기가 잘 될 수 있도록 설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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