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S 아파트 전용면적 139㎡ 경매에 입찰한 A씨. 낙찰 통지를 받고 뛸듯이 기뻐한 것도 잠시, 자신이 적어냈던 낙찰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4억1390만원’을 적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낙찰통지서에 기재된 가격은 ‘0’이 하나 더 붙은 ‘41억3900만원’이었던 것. 그는 “낙찰을 포기하겠다”며 법원에 매각불허가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A씨는 잔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낙찰을 포기했지만 최저입찰가의 10%인 입찰보증금 3620만원을 허무하게 날렸다.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A씨처럼 입찰표를 적을 때 실수로 입찰금액을 잘못 적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A씨처럼 자릿수를 착각하는 바람에 생각했던 것보다 10배나 높은 금액에 입찰하는 경우는 치명적이다. 순간의 실수로 수 천만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결정되면 1주일 동안 이해관계인 의견을 들은 후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①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②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없을 때 ③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 ④경매절차에 그 밖의 중대한 잘못이 있는 때에는 직권으로 매각을 불허할 수 있다. 과거에는 ‘0’을 하나 더 붙인 낙찰자의 입찰표 오기입 때문에 매각 불허 결정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에 대법원은 “최고가 매수신고인의 착오로 자신이 본래 기재하려고 한 입찰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기재했다는 이유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경매를 지연시키기 위해 일부 이해관계자가 고의로 터무니없는 고가를 써내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후 입찰보증금을 포기하거나 매각물건명세서의 흠결 등 다른 이유를 찾아 매각 불허 결정을 받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최고가 낙찰자가 경매를 포기하면 두번째로 비싼 가격을 써낸 차순위 입찰자에게 낙찰 기회가 돌아간다. 그러나 이마저도 차순위 입찰자가 ‘낙찰자가 써낸 가격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 이상으로 응찰했을 때에 해당한다. A씨 사례처럼 낙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매에선 재입찰을 해야 한다. 이 때 재입찰의 경우 입찰보증금이 최저입찰가의 20%로 오른다.
경매정보업체 탱크옥션 관계자는 “주로 나홀로 경매에 뛰어드는 초보자 가운데 입찰 당일 긴장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낙찰금액을 오기입하는 사고가 종종 생긴다”며 “입찰 전날 미리 입찰표를 꼼꼼하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