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 끼고 집 산 게 잘못인가요?' 고가주택 실수요자 멘붕

뉴스 이나영 땅집고 기자
입력 2020.01.21 11:25 수정 2020.01.21 12:03
[땅집고]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 /조선DB


[땅집고] 전세를 끼고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매입했던 실수요자들 일부가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궁지에 몰렸다. 세입자의 전세 기간이 만료하면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아 입주하려 했던 이들이 예고도 없이 대출 한도가 줄어든 탓에 내집 입주를 포기하고 월세를 살거나 매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2·16 규제 이전 1주택 보유자의 전세금 반환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40%로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접수됐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작년 12월 16 이후 규제 지역에서는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 LTV 비율은 9억원 까지 40%, 9억 원 초과분에는 20%를 적용한다. 이 때 12·16 대책 이전에 집 구매를 마친 사람 중 세입자가 있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세 보증금 반환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12·16 이전에 매입했음에도 대책 시행 이후 대출을 신청하기 때문에, LTV 비율은 새 규제를 적용해 9억 원까지는 40%, 9억 원 초과분에는 20%를 적용한다.

LTV 40%를 일괄 적용하던 기존 규제와 비교하면 시가 14억 원 주택의 경우 대출한도가 5억6000만 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1억 원이 줄어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분까지 반영하면 기존 규제와 새 규제 간 대출한도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땅집고] 아파트값 하락을 목적으로 한 12·16 대책. /연합뉴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실수요자들은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대출 규제에 따라 자기 명의 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2~3개월 남아, 세입자를 내보낸 이후 매입한 주택 입주를 계획했던 자금 사정이 빠듯한 사람들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 일례로 지난해 12월초 집 계약을 마쳤지만,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2월인 경우 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대출에는 새 규제 비율인 '9억 원까지 LTV 40%, 9억 원 초과 LTV 20%' 규정을 적용받는다.

집 매도자가 새로 살 집을 구할 몇 개월의 시간을 요청해 그 집에 전세로 잠시 머문 사례 역시 이번 12·16 대책의 문턱에 걸린다. 결국 세입자를 퇴거시킬 자금이 부족해 집주인은 입주가 막힌 것이다. 이런 경우 매수자는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전세대출을 내줄 수 없도록 한 새 규제에 걸려 전세 대출도 못 받는다. 월세를 살면서 부족한 LTV 비율을 메울 만큼의 자금을 모아 세입자의 다음 전세 만기를 기다려야 한다.

[땅집고]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조선DB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의 중심에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일명 '갭 투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세입자가 있는 고가주택을 매입 후에 자신은 저금리 전세 대출을 받아 사는 계층이 투기의 온상이라고 보고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따라서 12·16 대책 이전에 고가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내주면서도 기존 규정인 LTV 40%를 일괄 적용하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투기와는 상관 없이 실수요자로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세 낀 주택을 매입한 경우도 피해를 받게 됐다. 국민청원에 관여한 A씨는 "전세 낀 고가주택을 실 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들은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전세가 낀 주택을 매입했을 뿐 투기 목적인 갭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면서 "예고 없이 대출한도를 축소한 것이므로 기존 규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줘야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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