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금리 인하에 제약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이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성충하지 않는다"며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앞으로는 거시 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현 부동산 정책 기조 안에서도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있으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경우 더 내릴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작년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신년 들어서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된다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가까스로 막고 있는 집값 상승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국내 부동산 경기 과열에 대한 부담 등으로 금통위는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추가로 내리려면 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는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현 상황은 세계 경기 여건이 더 나빠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방침을 시사했다. 이 역시 한은이 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의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물가 수준 또한 목표치(2.0%)를 밑돌 가능성이 커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직전보다 1명 늘어난 2명이었다는 점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나아진다고 하나 경기가 충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성장세와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 한은은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