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차라리 짓고 나서…' 잇달아 후분양 선택하는 재건축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0.01.13 10:05 수정 2020.01.13 10:43

[땅집고] 오는 4월부터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라 선분양 대신 후분양을 택하는 재건축 아파트가 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급격히 높아지는 공시가격 탓에 금융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후 분양시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 소식지를 통해 후분양 할 경우 선분양시보다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모의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인 올해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것은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오히려 후분양이 유리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조선DB

이에 따르면 2021년 선분양과 2023년 후분양 시 예상 분양가에 대해 감정평가 의뢰한 결과, 선분양은 3.3㎡당 3495만원, 후분양은 3.3㎡당 3815만원으로 각각 예측했다. 후분양을 하면 금융비용 등 약 300억원이 더 들지만, 분양가를 높일 수 있어 분양 수입이 약 700억원 더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분양수입은 선분양이 8043억원, 후분양이 8744억원으로 각각 예상됐다.

다만 조합 측은 문서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 정책을 예상할 수 없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므로 참고용으로만 활용해 달라"고 적었다. 조합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후분양으로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후분양이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자체 결과가 나온 만큼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인근 단지인 송파구 미성크로바도 후분양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 자체 용역 결과, 올 4월 내 분양 시 분양가는 3.3㎡당 2995만원이지만 오는 2022년 하반기 후분양할 경우 3.3㎡당 4000만원 이상에 분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15차는 지난해 말 시공사 교체와 함께 후분양 추진을 총회에서 의결했다. 용산 유엔사 부지, 뚝섬 4구역, 여의도 MBC 부지 아파트 등도 이미 착공했지만 아직 선 분양 계획을 잡지 않고 있어 사실상 후분양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이들 재건축 단지가 후분양을 택하는 이유는 정부가 공시지가를 상승시키는 데 따른 반사 효과 때문이다.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오르는 만큼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을 차감하고도 수익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단지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후분양이 차라리 유리한 점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부 규제가 점차 완화할 것을 기대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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