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건축주와 검증된 건축가·시공사를 연결해 주는 건축플랫폼 ‘땅집고건축’의 설계 파트너사인 리슈건축 홍만식 소장과 홍예지 프리랜서 기자가 함께 펴낸 책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포북)’를 통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을 소개합니다.
[마당 있는 집] 통영 해안가에 지은 ‘지그재그 펜션 주택’
흔히 단독주택 설계는 옷에 비유되곤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찍어 내는 기성복이 아닌,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맞춤복이라는 것이다. 같은 구조로 지어진 공간에서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공동주택과 건축주의 얘기에 오랜 시간 귀 기울여 탄생하는 단독주택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건축 개요
위 치: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규 모: 펜션동(지상 1층 카페·주차장, 지상 2층 파티룸·수영장, 지상 3층 객실 4개, 지상 4층 객실 1개)
건축주 주택(지상 4층 거실·주방·다용도실·욕실·안방·드레스룸, 다락)
대지면적: 1652.00㎡(499.73평)
건축면적: 573.80㎡(173.57평), 건폐율 34.73%
연 면 적: 지상층 541.12㎡(163.68평), 용적률 32.76%
구 조: 철근콘크리트구조(펜션동), 경량목구조(건축주 주택)
설 계: 리슈건축사사무소
사 진: 김용순·김재윤 작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최근에는 단순 주거를 넘어, 자신이 꿈꾸던 미래까지 아우르는 주택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업실이나 상가 운영, 아니면 제2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카페나 펜션 등을 함께 설계하는 경우다. 특히 단독주택을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부지의 특색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런 특징들은 건축가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앞으로 단독주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통영 지그재그 펜션’의 건축주는 은퇴를 앞둔 체육 선생님. 일을 그만둔 뒤에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했다. 수익 창출의 목적을 넘어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던 것. 그렇게 카페, 풀장, 객실, 주택 등을 모두 갖춘 공간이 탄생했다.
■경사진 대지 앞으로 펼쳐진 바다, 뒤에는 산
건축주는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경사진 대지와 함께 전면으로는 바다, 뒤로는 녹지와 맞닿아 있던 이곳은 자연적 입지만으로도 특별했다. 지형을 많이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설계를 진행했다. 카페, 풀장과 파티룸, 객실, 주택들을 층별로 구분해 배치했다. 층과 층을 사선으로 배치해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지그재그 모양으로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 이 집의 이름이 ‘지그재그 펜션’인 이유다.
신경 쓴 요소는 대지뿐만이 아니었다. 이곳 부지의 최대 장점인 ‘물’에도 집중해 통영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매 순간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2층 수영장에서 수영할 때도 마치 바다에서 수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다.
■ 오르내리는 즐거움, 그리고 마당
이곳 1층에는 주차 시설과 카페를 뒀고, 2층은 파티룸과 풀장, 3층은 객실, 4층은 건축주가 거주하는 단독주택으로 꾸몄다. 각각의 건물이 여러 목적으로 나뉘었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했다.
외부 공간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모든 공간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풍경도 볼 수 있다. 건축주가 거주하는 단독주택은 66.12㎡(20평) 정도로 아담하게 만든 대신,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마당들을 배치했다. 이런 요소를 반영한 덕분에 각 외부 공간은 바다와 연결됨과 동시에 바닷가 근처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시원한 풍경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경사를 오르내리며 변화하는 바다를 보는 일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됐다.
건축주가 거주하는 주택의 마당은 손님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개인적인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안방과 연결된 안마당, 부엌, 식당과 통하는 다용도 마당, 간단하게 바비큐 파티와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바깥마당이 그 예다. 그 중에서도 다용도 마당은 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장소다. 잡동사니들을 보관할 수 있을뿐더러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빨래를 널어 마음까지 뽀송뽀송하게 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