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는 상업용 부동산(상가·빌딩) 전문 앱인 ‘상가의 신’ 권강수 대표가 상가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원고를 연재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로는 드물게 상가와 상권을 연구해 온 권 대표는 불황의 시대 자영업자와 상가 투자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소개합니다.
[땅집고X 상가의 신] 서울 명동과 강남은 언제부터 우리나라 대표 상권으로 자리매김했을까. 상가 투자 1순위로 꼽히며 유동인구가 언제나 풍부한 서울의 대표 상권들은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진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대표 명소들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고, 몇 가지 성장 단계를 거쳤다.
상가에 투자하기에 앞서 유명 상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 이렇게 유명해진 상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지 파악해두면 상권을 분석하는 눈과 요령을 배울 수 있다. 상가를 성장하게 하는 특징들을 소개한다.
■ 유명한 상권, 공통된 성장과정 거쳤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상가들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우선 상권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는 유난히 특정 도로를 중심으로 사람이 오가기 시작한다. 통상 도로 중앙이나 끝에는 공원이 있거나, 사람들이 자주 찾는 대형 랜드마크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길을 따라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한다.
사람이 어느 정도 모여들면 길 주변을 따라 건물이 새롭게 신축되거나 상가 주택으로 탈바꿈해 영업을 할 수 있는 점포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새로운 창업 점포들이 하나둘씩 더해져 커피숍·편의점·음식점·제과점 등 다양한 업종이 자리를 잡아간다.
어느덧 지역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정착한다. 이후 몇 년간 의식주(衣食住)관련 업종 대부분이 들어와 명소로 거듭난다. 이미 유명한 강남과 명동 상권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상권이 확장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공덕동 경의선 숲길공원 등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 아직 성장단계에 놓이 상권이라면, 5가지 사항 점검해라
이런 성장과정을 거친 대표 상권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이미 높아 진입장벽도 높다. 따라서 아직 발달 단계에 놓여있거나 형성되는 단계에 놓인 상권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렇다고 상권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지역에 투자하기에는 너무 위험할 수도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 입장에선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놓인 상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해야 할까. 다음의 5가지 요건을 반드시 따져볼 것을 추천한다.
첫 째, 얼마나 두터운 배후 수요층을 갖고 있는지 따져보자.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아파트 가구수, 오피스 주변이라면 빌딩에 상주하는 고정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따져보면 된다. 또 교외에 있는 상권이라면 통행하는 차량이 많을수록 입지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 교통 접근성을 따져봐야 한다. 지하철의 경우 환승역, 버스정류장의 경우 종점이나 아파트 단지 앞이 유리하다.
셋째, 상권의 지형을 관찰해 보자. 대부분의 유동인구는 내리막길을 선호한다. 따라서 저지대의 평탄한 지형이 상권이 잘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언덕 위나 언덕 아래쪽이 있다면 소비자는 대부분 언덕 아래쪽 상권을 이용 확률이 높다.
넷째, 입지 여건이 비슷한 경우 상권 규모가 더 큰 곳이 낫다. 이미 성장한 상권을 예를 들자면 분당에 있는 서현역세권과 수내역세권의 경우 두 상권은 분당선으로 한 정거장 차이에 불과하지만 상권 규모나 밀집도는 서현역세권이 훨씬 앞선다. 이 경우 서현역세권 내에 상가 투자를 하면 더욱 유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권은 점포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점포들끼리 마주보고 있는 형태가 좋다. 즉, 점포가 오밀조밀하게 몰려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 익선동 상권들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2~3명 오갈 정도의 좁은 길 사이에 음식점들이 밀집해있다. 대로변의 경우 뒷골목에 비해 상권 형성이 미약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상가가 옹기종기 밀집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소비자 입장 헤아리는 것…상권분석 첫걸음
5가지 요건을 잘 확인했다면 여러 결과들을 ‘수치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차가 발생하더라도 수치화한 자료가 있다면 한 눈에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조사한 결과에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 때 기록해 둔 자료가 재조사 하는 과정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모든 분석을 끝마쳤다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과 점포 매출이 잘 나는 상가가 좋은 상가로 꼽히지만 이는 결국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상가여야 가능한 일이 된다. 어쩌면 가장 쉽게 좋은 상가를 고르는 방법은 결국 상가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좋은 상가를 선점하는 것이다. 투자하기 좋은 상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소비자의 발을 얼마나 끌어당기는가’하는 점이기 때문이다.
글=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