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억 더 올릴래요" 12·16 이후 서울 곳곳 전세금 폭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1.02 04:04
[땅집고] 서울 서초구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어있는 전월세 홍보 전단. /조선DB


“전세 내놨던 집주인들이 12·16 대책 나온 후에 ‘나도 전세금 1억원 정도 올려서 다시 내놓겠다’고 돌변했어요. 처음에는 보증금을 너무 세게 부르는 것 아니냐면서 가볍게 조언도 건넸었는데, 지금은 그냥 군말없이 등록해줘요. 제가 봐도 정말 전세가 더 오를 것 같거든요.”(서울 서초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지난달 전세보증금 15억원(9층)에 계약이 이뤄졌던 이 아파트 84㎡가 12·16 대책이 발표된 후인 이달 18일 15억8500만원(6층)에 전세 거래됐다. 불과 한달만에 보증금이 8500만원 올라 해당 주택형 전세금 신고가를 기록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를 15억원에 전세로 내놨던 한 집주인이 26일 전세보증금을 1억5000만원 올렸다. /네이버 부동산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는 신고가를 갱신하는 전세매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84㎡ 전세 매물은 최근까지 15억원에 등록돼 있다가, 정부 대책 발표 직후 보증금 호가가 1억5000만원 치솟았다. 학군으로 전세 품귀현상을 겪는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세 보증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7억2000만원(7층)에 계약했던 이 아파트 97㎡이 이달 19일 보증금 8억5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현재 보증금 호가는 9억원까지 올라 있다.

[땅집고]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 추이. /한국감정원


정부가 12·16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곳곳에서 전세금이 폭등하고 있다. 대책이 나온지 일주일만에 고가 아파트 매수 심리는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줄어들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12월 3주 서울 아파트 값은 상승률은 0.2%에서 4번째주 0.1%로 줄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의도치 않게 전세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감정원에 따르면 12월 4주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0.23%로, 한 주 전보다 0.05% 증가했다. 2015년 11월 이후 4년 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유명 학군을 끼고 있는 강남구(0.52%)나 양천구(0.56%) 등은 전세금 상승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 대책 이후 전세 보증금 올리는 집주인들

올 하반기 서울 전세금은 꾸준히 상승세였다. 정부가 특목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등 교육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히자 학군이 좋은 강남이나 목동 위주로 아파트 전세금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2·16 대책은 전세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정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고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살면서 관망하는 수요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과천이나 경기 하남시 등에서도 기존 청약 대기수요가 ‘로또 분양’을 노리고 전세로 눌러 앉으면서 전세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땅집고] 12·16 대책 이후 전세보증금 신고가 나온 서울 단지 목록. /국토교통부


실제로 대책 발표 직후 1~2주 사이에 전세금이 5000만~1억원 정도 오른 단지가 수두룩하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61㎡은 이달 19일 보증금 22억5000만원(5층)에 전세 계약돼 이 주택형 보증금 신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인 지난달 22억원(17층)보다 전세보증금이 5000만원 높아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84㎡도 지난 9월에는 13억5000만원(25층)에 전세로 실거래됐는데, 이달 21일 보증금이 1억원 오른 14억5000만원(6층)에 실거래가격이 신고됐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학군 수요만으로도 전세가 오르는 분위기였는데, 12·16 대책으로 추가적인 전세 수요가 생길 것을 예상한 집주인들이 단기간에 전세금을 높여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생각해서 도입한다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도 부작용 불러올 것

[땅집고] 2018~2020년 전국 권역별 입주 물량. /부동산인포


새해에는 전세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전세 세입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주택 임대차 계약이 끝난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계약을 1회에 한해 2년 연장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만약 도입하면 전세 세입자는 기존 거주기간 2년을 포함해 최대 4년까지 같은 집에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 전월세상한제는 집주인의 보증금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다.

전세 시장이 안정돼 있을 때는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전세가 급등하는 상황에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전세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주인 우위인 전세 시장에서 집주인이 미래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세금을 단기간에 올리면 세입자는 어쩔 수 없이 초기 전세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땅집고]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시 최초 임대료 예상 상승률. /임재만 세종대 교수, 법무부


실제로 법무부가 지난 7월 용역을 준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두 제도 도입 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1.67%~8.32%까지 올려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로 최소 임대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할 경우에는 보증금 전세금 상승률이 4.31%~21.57%까지 높아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을 막아 놓은채 세금과 대출 규제만 쏟아내는 것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고,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이 더 고통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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