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억울하게 뺏겼다"…강남 2000억대 노른자 빌딩 소유권은?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12.31 05:00

[땅집고] “빌딩을 억울하게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사실이 나왔으니 다시 재판해야 한다”(김대근 시선RDI 대표)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건이며, 달라진게 없다.”(한국자산신탁 관계자)

서울 강남의 2000억대 노른자 빌딩을 둘러싼 소유권 공방전이 5년 만에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이 빌딩을 개발했던 시행사가 이미 주인이 여러차례 바뀐 상황에서 과거 소유권을 둘러싼 법원 판결이 잘못됐으니 다시 재판해 달라며 재심(再審)을 신청한 것이다. 이 소송에는 한국자산신탁, 두산중공업, 엠플러스자산운용, 마스턴자산운용 등이 직간접으로 얽혀있어 재심이 받아들여지면 부동산 업계에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한상혁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선 빌딩은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있는 옛 ‘바로세움3차’. 2011년 1월 완공한 지상 15층 규모로 지금은 ‘에이프로스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9호선 신논현역과 교보타워를 낀 강남대로 한복판의 노른자 빌딩으로 꼽힌다. 현재 ‘위워크’ 등이 입주해 있다.

이 빌딩 시행사였던 시선RDI 김대근 대표는 24일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2014년 진행했던 ‘신탁재산 처분금지 소송’에 대한 재판을 다시 해달라며 재심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2014년 소송 당시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한국자산신탁의 손을 들어줬었다.

시선RDI가 2014년에 소송을 낸 이유는 이렇다. 빌딩을 짓기 위해 1200억원대 은행 대출을 끌어썼는데 분양 지연 등으로 갚지 못하자, 신탁을 맡았던 한국자산신탁이 위탁자였던 시선RDI 허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건물을 공매 처분해 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겼다는 취지다. 김 대표는 “한국자산신탁과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이 빌딩을 빼앗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공모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시선RDI는 패소했다.

소유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바로세움3차 위치. /네이버지도


그런데 시선 RDI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심을 신청한 이유는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대하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건물을 공매 처분할 당시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과의 신탁 계약이 종료된 상태였다는 걸 뒤늦게 확인했다”며 “한국자산신탁이 주도한 공매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후에 일어난 소유권 이전 역시 모두 원인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빌딩 소유권은 엠플러스자산운용을 거쳐 현재 마스턴자산운용으로 넘어간 상태다.

재심 소장에 따르면 시선RDI가 재심을 신청하는 요지는 크게 2가지다. 먼저 2011년2월24일자로 이미 신탁 계약기간(3년)이 끝났다는 것. 또 한국자산신탁이 ‘바로세움3차’ 완공 후 토지 등기를 하지 않고 건물만 등기해 분양을 통한 채무 정산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탁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신탁은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입장이다. 즉, 시선RDI와 한국자산신탁 간 신탁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에 신탁 자산인 바로세움 3차를 공매 처분할 권리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시선RDI는 한국자산신탁과 두산중공업이 공모해 바로세움3차 소유권을 강탈하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시선RDI는 당초 목적대로 바로세움3차를 일반에 분양했다면 그 수익금으로 1200억원 대출(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를 상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와 한국자산신탁의 공매 처분 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자산신탁이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등기함으로써 분양이 불가능했고 그로 인해 두산중공업이 변제하게 됐다는 것이다.

[땅집고] 바로세움3차의 등기부등본. 시행사인 시선RDI는 2011년 건물 분양을 위해 이 빌딩을 한국자산신탁에 신탁했다. /한상혁 기자


시선RDI측은 소장에서 “2011년5월30일자로 별도 추가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시선RDI의 주장대로 재심이 결정될 경우 이 같은 부분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땅집고와 가진 통화에서 “신탁계약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면 당초 계약 기간이 경과해도 신탁이 지속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기 상태와 관련없이 선(先) 분양이 가능했기 때문에 신탁사가 고의로 분양을 방해했다는 시행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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