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격 오름폭이 확실히 커졌어요. 서울 등 외지인의 매수 문의와 거래도 늘었습니다.”
올 11월 입주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 최고 110층으로 국내 최고층 아파트다. 가장 큰 주택형인 186㎡(이하 전용면적)가 이달 30억9700만원(56층)에 거래돼 처음 30억원을 돌파했다. 3개월 전보다 5억원 뛴 것으로 부산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됐다. 가장 작은 주택형인 144㎡ 역시 이달 20억원을 돌파해 3개월 전보다 3억원 가량 올랐다. T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와 비교하면 웃돈(프리미엄)이 6억원에서 최대 8억원까지 붙었다”면서 “지금은 매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서울 전역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규제를 피한 다른 지역 아파트값이 출렁이고 있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부산과 대전 아파트 값은 한달새 수억원씩 오르고 청약경쟁률도 치솟으면서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부산·대전 84㎡ 아파트 10억 돌파
부산은 지난달 8일 이후 해운대·수영·동래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렸다. 1순위 청약 요건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되고,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졌다. 그러자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오름 폭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가 부산은 101.5에서 113.3로 한 달 만에 11.8 포인트로 껑충 올라갔다. 같은 기간 전국은 1.7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내년 9월 준공을 앞둔 ‘해운대 롯데캐슬 스타’ 85㎡는 최근 10억2910원(41층)에 팔려 부산에서 처음으로 30평대 아파트 중 10억원을 돌파했다. 오름 폭도 가파르다. 한달 전 7억7707만원(44층)에 팔린 것보다 보다 약 2억원 넘게 상승했다. 수영구 남천동의 재건축 단지 ‘삼익비치’ 131㎡는 이달 13억1000만원(12층)에 팔려 지난 달 보다 최대 4억원 넘게 올랐다.
부산 뿐만이 아니다. 대전 역시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 ‘도룡 SK뷰’ 84㎡는 10월까지 8억~9억원대에 실거래됐다가 지난달엔 10억1000만원(7층)에 팔렸다. 대전 지역의 30평대 중형 아파트는 대부분 8억~9억원에서 거래됐지만 이달들어 일제히 10억원을 넘겼다.
■ “규제 피했다” 수원·안양·인천은 ‘청약 광풍’
청약 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각종 규제에서 벗어난 경기도 수원, 안양 등지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한겨울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청약 인파가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진행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아파트 1순위 청약은 평균 78대1로 마감됐다. 951가구를 일반분양하는데 7만5000여명이 몰렸다. 지난 4월 7만2570명이 청약해 평균 청약경쟁률 77.3대1을 넘긴 경기도 하남 ‘힐스테이트 북위례’를 뛰어넘는 올해 최고 기록이다.
안양시 만안구에서 분양한 ‘안양 아르테자이’도 343가구 모집에 1만1113명이 몰리면서 32.4대1을 기록해 올해 안양 최고 기록을 깼다. 인천 부평구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 청약경쟁률은 17년 만에 가장 높은 30.8대1을 기록했고 미분양이 많았던 충북 청주에 분양한 ‘청주 가경 아이파크4단지’는 이달 청약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 “당분간 풍선효과 거셀 것”
비 규제지역 중심으로 집값 상승과 청약 과열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결국 부동산 상승 압력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단기 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육박할만큼 돈이 넘치는데다 12·16대책에서도 주택 공급 부족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돈있는 현금 부자 중심으로 규제 없는 지역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구매자는 대부분이 서울 등 규제지역 거주자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1월부터 서울 거주자가 서울 외 지방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총 3854건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작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 6월(1893건)과 비교하면 반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조정지역에서 풀린 부산은 지난달 857건으로 10월(508건)보다 크게 늘었다. 2010년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대전 역시 외부인 아파트 매입 건수는 669건으로 지난 9월 550건, 10월 641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2718건, 인천은 281건을 매입해 1월(1200건, 167건)과 비교할 때 각각 126%, 68% 급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현금 부자들이 비 규제지역으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당분간 풍선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너무 과열된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나 실수요가 따라주지 않는 아파트는 가격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