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0년 상가주택 베테랑 "상권 없는 곳이 수익성 최고"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12.18 07:37 수정 2019.12.18 07:44

낡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올 8월 준공한 지상 5층 상가주택. 한쪽 외벽에 지상 1~2층에 걸쳐 낸 커다란 통유리창이 눈길을 잡아끈다. 이뿐 아니다. 꼭대기 층까지 외벽 곳곳에 크고 작은 창문이 30여개 나 있다. 밤에 불을 밝히면 건물 내부 조명이 밖으로 퍼져 마치 가로등처럼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

이 집은 정승이〈사진〉 유하우스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설계했다. 그는 "곳곳에 뚫린 창이 상대적으로 좁은 대지 면적(193㎡)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어두운 길거리에서 시선을 끈다"며 "워낙 눈에 띄는 건물이다 보니 인근 건물주나 세입자, 자영업자들이 문의를 많이 한다"고 했다.
최근 돈 굴릴 곳이 마땅찮은 중장년층이 노후 대책으로 이른바 상가주택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공급 증가와 경기 침체로 공실(空室) 우려도 적지 않다. 상가주택 건축 30년 경력 정 소장은 "결국 기획과 설계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한다. 그는 "잘 지은 건물 자체가 1층 상가의 얼굴이 되고, 1층에 들어선 좋은 상가가 2~3층 주택의 가치를 더 높인다"고 했다.

◇상가보다 주택 부분 설계가 더 중요

상가주택은 상가이면서 주택이기도 한 특수 건물. 그러나 건축주는 상가 임차료에만 관심을 갖는다. 임차료를 더 받기 위한 목, 즉 입지(立地) 선정에만 심혈을 기울인다. 정작 건축설계에는 소홀하다. 정 소장은 "입지만큼 중요한 것이 설계, 특히 상가보다 면적을 더 많이 차지하는 주택 설계"라고 했다.

정승이 유하우스건축사무소 소장은 “잘 지은 상가 건물 하나가 동네 분위기를 바꾸고 상권 전체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은 정 소장이 설계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상가주택. /유하우스건축사무소 제공



문정동의 5층 상가주택은 주택 설계에 방점을 둔 사례다. 건물주가 사는 4~5층은 누구라도 혹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구조를 도입했다. 방문을 슬라이딩 도어(미닫이문)로 설계하면서 문 앞에 붙박이장을 넣어 보관 공간을 넓혔다. 어린 자녀가 맘껏 노는 다락방 복층(復層)도 만들었다. 결국 주인이 사는 공간의 가치가 건물 전체 가치를 좌우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세를 준 지상 2층 주택(2실) 설계도 마찬가지다. 정 소장은 "입구부터 내 집 같은 느낌이 들도록 동선과 출입문 위치를 디자인한다" "임대 가구 현관문을 열었을 때 거실이 보이지 않도록 하고 중문을 단다" 같은 원칙을 이 집에 적용했다. 세입자가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면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큼 잘 지어라"

잘 지은 상가주택은 주변 수요를 끌어들이고 결국 동네 전체의 가치까지 높인다. 정 소장은 "건축주 대부분은 주변에 상권도 없고 슬럼화돼서 걱정이라고 말한다"면서 "정작 개발을 통한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했다.

낡은 골목에 잘 지은 상가주택 한 채가 들어서면 주변 주택들이 서서히 변하고, 결국 동네가 탈바꿈한다. 어두운 골목이지만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상가주택이 2곳만 생겨도 골목 전체가 밝아진다. 이렇게 손님들이 모이면 결국 동네 전체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는 "서울 연희동이나 성수동은 건축주의 자발적 노력으로 상권이 살아났다"며 "이렇게 바뀌는 동네 분위기는 그 동네만의 강력한 스토리가 된다"고 했다.

정 소장은 "잘 지은 주택 하나가 주변 주택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엔 5년 정도였다면 요샌 3년이면 충분한 것 같다"고 했다. IT(정보기술) 발달로 잘 지은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소비자도 '동네의 스토리'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저층 건물이 많아 30~40년만 돼도 철거하고 새로 짓던 과거와 달리 요즘 상가주택은 법정 용적률을 꽉 채워서 짓다 보니 재건축이 어렵다"고 했다. 한번 지으면 100년 동안 쓸 건물인 만큼 지을 때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상가주택 성공 지름길을 이렇게 요약했다. "간단합니다. 그 지역에서 최고로 잘 지으세요.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큼."


※ 땅집고가 검증한 최고 건축가와 시공사를 '땅집고 건축매칭서비스'(http://www.zipgobuild.com, 02-724-6396)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화제의 뉴스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된 롯데타워...연말 인증샷 대전 시작됐다
'매매가 100억, 월세 1000만원' 개포동 71평 펜트하우스의 속살
"인덕원동탄선만 뚫리면 날개단다"…평촌 밑에서 꿈틀 꿈틀 미니 신도시
"직원은 첫째 고객이자 소중한 자산…단, 나갈 직원은 붙잡지 마라"
"2000억원 토지 누락하고 방치"...압구정 3구역 조합장 해임추진 총회 연다

오늘의 땅집GO

"인동선만 뚫리면 날개단다" 평촌 밑 꿈틀꿈틀 미니 신도시
'매매가 100억, 월세 1000만원' 개포동 71평 펜트하우스의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