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증시에 상장한 ‘NH프라임리츠’는 상장 첫날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제한폭(30%)까지 주가가 뛰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는 부동산을 증권화한 투자상품으로 개인도 소액으로 대형 오피스에 투자할 수 있다. NH프라임리츠는 공모주 청약 경쟁에서 317.6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리츠 사상 가장 높았다. 청약 증거금만 7조7499억원이 몰렸다. 2017년 5월 상장한 넷마블(7조7650억원) 에 이어 2년 만에 최대다. NH프라임리츠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와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서울시내 초대형 오피스빌딩에 투자한다.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 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리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까다로운 규제에 투자자도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상장했거나 상장 예정인 리츠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서울 주택시장 만큼이나 리츠 시장에도 투자 열기(熱氣)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빌딩중개업체 애비슨영코리아의 유명한 리서치파트장은 “자산가뿐 아니라 개인 소액투자자들도 리츠를 통해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 오피스 거래규모 역대 최고…리츠·펀드 등 간접투자 늘어나
리츠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 형태로 대형 오피스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최근 상장한 리츠의 주당 가격은 약 5000~6000원 수준이다. 정부가 리츠 규제를 대폭 완화한데다 최근 1~2년간 상장한 공모형 리츠가 연 5~7%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주가 역시 오르면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
지난 10월 롯데리츠 청약에도 5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1년 전 상장한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 주가는 현재 공모가 대비 각각 60%, 40%씩 뛰어올랐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7개다. 내년 상장이 예정된 리츠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난 달 28일 이지스자산운용이 2300억원 규모로 국토교통부에 영업인가를 신청했다. KB부동산신탁(홈플러스 안성물류센터와 오피스), 마스턴투자운용(프랑스 소재 우량 오피스), 하나자산신탁(제주·경기 소재 민간임대주택과 강남구 소재 오피스빌딩·대전 소재 리테일·오피스 빌딩), 코람코자산신탁(타임스퀘어 업무시설 A·B동) 등이 내년까지 공모 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리츠의 총 자산규모도 43조원을 돌파했다. 리츠의 주된 투자처인 대형 오피스 거래도 활발하다. 애비슨영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빌딩 총 거래규모는 2년 전만해도 분기당 1조~2조원대 머물렀으나 작년 4분기 4조원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오피스 빌딩 총 거래규모는 1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년 전 8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크게 증가했다.
■ “우량 부동산 선별해야”…건물 규모·임대료 상승률 잘 따져야
리츠가 매력적인 투자상품이긴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원하는만큼 물량을 배정받기 어렵다. 리츠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주가가 올라가면 중간 투자자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배당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공실, 임대료상승 등 건물 자체가 갖게 될 위험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중소형 건물이 기초 자산이던 케이탑리츠의 경우 중소형 빌딩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리스크가 커졌고, 서울 명동 등에 호텔 3곳을 자산 기반으로 한 모두투어리츠는 호텔 매출의 절반을 임대 수익으로 받는 구조지만, 상장 이후 사드 위기 등이 겹치면서 공모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주가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리츠가 주식 형태로 운영되지만, 결국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만큼 건물 규모와 지역, 임대료 상승 가능성 등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중소규모 빌딩의 경우 한 두 임차인만 비어도 공실률이 크게 상승하고 리츠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리츠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 임차인이 장기계약을 할 수 있는 대형 랜드마크급 빌딩을 기반으로 한 리츠에 투자해 본 뒤, 이후에 성격이 다른 상품에도 투자해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