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높이기로 한 데 이어 17일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방침을 발표하면서 서울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내년도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먼저 12·16 대책에 따라 종부세 세율 자체가 오른다. 현행 0.5~3.2%인 종부세율을 0.6~4.0%로 최저 0.1%포인트, 최대 0.8%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고가 1주택자는 0.1~0.3%포인트, 3주택 이상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오른다. 가령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1주택자는 종부세율이 현행 0.5%에서 0.6%로,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현행 0.6%에서 0.8%로 오른다. 과세표준 3억원은 시가로 환산하면 1주택자의 경우 17억6000만원, 다주택자는 13억3000만원에 해당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장기보유·고령자 공제를 못 받는다고 가정할 때 종부세 부담(농어촌특별세 포함)이 올해 95만원에서 내년 206만원으로 증가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 반영 비율)이 85%에서 90%로 높아지는 데다, 과세표준이 올라 세율이 0.5%에서 0.8%로 뛰기 때문이다. 당초 이 사람의 종부세는 내년 163만원으로 올해보다 68만원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12·16 대책으로 세 부담이 111만원 늘게 됐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 폭은 훨씬 더 커진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 등 두 채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가 올해 1863만원에서 내년 3910만원으로 배 이상으로 뛸 것으로 계산됐다. 작년에 비해 올해 공시가격이 잠실엘스는 13.7%,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25% 뛰었는데, 편의상 둘 다 내년 공시가격이 15% 오를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이 모두 오르고, 세 부담 상한이 대폭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17일 발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에는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율(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9억원 이상 고가(高價) 주택 위주로 현실화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 담겼다. 아파트 시세가 오르지 않는다 해도 현실화율 상승에 따라 공시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19년 현재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8.1%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 등의 현실화율에 미치지 못한 주택에 대해 내년도 공시가격을 끌어올려 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이 각 70%, 75%, 80%가 되도록 맞춘다.
이에 따라 시세가 9억원이 넘는 강남권이나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일부 단지에서 시세 9억원 이상인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 20~30% 이상 오르고 다주택자 보유세는 50% 이상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강남구 84㎡ 아파트의 경우 현재 시세가 23억5000만원으로 올해 33.5% 올랐다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17억6300만원으로 53.0% 오른다. 이렇게 되면 보유세는 629만7000원으로 50.0% 상승한다.
강남구 50㎡ 아파트와 서초구 84㎡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소유자의 경우 강남구 아파트가 올해 21.3% 올라 21억6000만원이 됐고 서초구 집이 20.1% 상승해 34억원이 됐다면 공시가격은 각각 16억4000만원(상승률 40.2%)과 26억9500만원(41.6%)으로 오른다. 이 경우 보유세는 7480만2000원으로 95.9% 오를 전망이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