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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동·행정동이 뭐길래…같은 단지인데 값은 수억 차이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9.12.15 06:46 수정 2019.12.19 16:55
[땅집고] 네이버 검색창에 '대현동 주민센터'라고 치면 '신촌동 주민센터'가 나온다. /네이버 캡쳐
[땅집고] 네이버 검색창에 '대현동 주민센터'라고 치면 '신촌동 주민센터'가 나온다. /네이버 캡쳐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살고 있는 이모(27)씨. 최근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아야 해 인터넷에 ‘대현동 주민센터’를 검색했더니 찾을 수 없었다. 이씨가 구청에 “왜 대현동 주민센터는 없냐”고 문의했더나, 구청 직원은 “대현동 업무는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동에는 주민센터가 있지만, 어떤 동네에는 동 이름을 딴 주민센터가 없는 곳도 있다. 이는 ‘법정동(法定洞)’과 ‘행정동(行政洞)’이 일치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다. 법정동과 행정동 두 개념의 차이점을 알아본다.

[땅집고] 법정동과 행정동의 개념 차이. /이지은 기자
[땅집고] 법정동과 행정동의 개념 차이. /이지은 기자


법정동이란 말 그대로 법(法)으로 정(定)한 동(洞)이라는 뜻이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을 시행하면서 예전부터 쓰던 고유 지명을 법정동 명칭으로 정해, 현재의 법정동 체계가 완비됐다. 신분증, 신용카드, 부동산 관련 문서 등 공부상 주소에 적혀있는 동이 바로 법정동이다. 명칭 변동이 거의 없다.

행정동은 행정을 편리하게 운영하기 위해 법정동과는 별개로 설정한 구역이다. 주민 수의 증감에 따라 수시로 설치, 폐지될 수도 있다. 한 행정동 당 주민센터 1개를 설치해, 공부 보관·민원발급·주민관리 등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인구가 많은 법정동이라면 한 법정동에 행정동이 여러 개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인구가 적으면 법정동 여러개를 하나의 행정동으로 묶을 수도 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의 법정동과 행정동. /서울시


예를 들면 서울 송파구는 총 13개 법정동으로 나뉜다. 하지만 행정동 수는 법정동의 2배인 26개나 된다. 송파구 인구가 증가하면서 행정동 수가 점점 늘어났다. 각 법정동이 끼고 있는 행정동 개수를 보면 동네별 인구 증감 추이를 대략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잠실동은 주민 수가 많아 잠실본동, 잠실2동, 잠실3동, 잠실7동 총 4개 행정동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잠실동에만 주민센터가 4개가 있다. 반면 비교적 주민 수가 적은 석촌동은 행정동 한 개로 모두 묶여, ‘석촌동 주민센터’ 하나만 사용하고 있다.

[땅집고]. 법정동상 서울 강동구 길동과 명일동에 걸쳐 있는 '삼익파크아파트'. /네이버 로드뷰


정부가 시행하는 부동산 정책은 원칙적으로 법정동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은 법정동 단위로 새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는 '핀셋 규제'였다. 하지만 두 개 이상 법정동에 걸쳐 있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정부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서울시 강동구 ‘삼익파크아파트(1985년 입주·1092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인 길동에 위치한 507~513동은 규제를 받지만, 명일동에 지어진 501~506동은 규제에서 벗어난 것. 만약 정부 방침에 따라 분양가격이 결정된다면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크기인데도 2개 이상 법정동에 걸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선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신규 분양을 할 때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 차이가 나게 된다. 길동은 정부가 아파트 값을 정하고, 명일동은 시장 가격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이런 경우 같은 브랜드를 달고 분양하는데도 분양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라며 “행정동을 고려해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는 의견이 많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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