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역세권 땅에 '파격혜택'…땅주인도 청년도 "엄청난 기회"

재테크 김리영 기자
입력 2019.12.13 07:26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지나는 충정로역 8번 출구 앞. 대기업 본사와 은행이 입점한 대형 오피스 건물들 사이로 26층 건물이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내년 1월 완공을 앞두고 마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이 건물은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중 가장 빨리 입주를 시작할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다.

[땅집고]1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 충정로역 8번출구 바로 앞에 있으며 중앙차로와도 가깝다. / 김리영 기자


이 부지(서대문구 충정로3가 72-1필지 외 5개 부지)는 원래 주차장 부지였다. 서울시는 이곳을 역세권청년주택 부지로 지정했고, 이 땅의 소유자인 ‘원석디앤씨’는 총 2개동 지하6층~지상26층, 499가구 규모로 건물을 지었다. 입주자 모집을 통해 전용16~35㎡ 크기의 공공임대 49가구와 민간임대 450가구를 모집했다. 입주 신청자가 몰려 들어 최고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만약 여기에 일반 오피스텔을 지었다면 가구 수나 주차장 면적이 크게 늘어 수익성이 지금보다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이 일반 오피스텔보다 수익성이 월등하게 높은 것은 서울시가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정로역 청년주택의 경우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최대 250%였지만,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해 기준 용적률 400%에 상한 용적률 63%가 더 추가됐으며 건폐율도 50%에서 60%로 10%p 더 적용됐다”고 했다. 주택 499가구를 포함해 지하2층부터 지상2층까지 상가시설을 고려하면 적어도 300대 이상의 주차장이 필요했지만 주차 완화가 적용돼 이곳은 253대의 주차면적을 확보했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철역에서 가까워 자가용 소유 필요성이 크지 않고, 젊은층 사이에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의무 주차장 면적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건축개요

위치 : 서대문구 충정로3가 72-1필지 외 5개 부지
시행사 : 원석디앤씨
시공사 : 대보건설
대지면적 : 5412㎡
연면적 : 4만212㎡
공공기여 : 대지면적의 22.8%
용도지역 : 제3종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
용적률 : 250%→463%
건폐율 : 50%→60%

■ 수익률 낮은 건물, 활용도 낮은 땅 가진 토지주 관심 쏠리는 ‘역세권 청년주택’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용적률 완화·건설자금과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면, 해당 사업자가 역세권에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짓고 만 19∼39세 청년층에 우선 공급하는 사업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을 운영하는 임대사업자가 되기 위해서 사업자는 적어도 500㎡ 이상인 부지(준주거지역 기준)를 소유해야 하고 땅에서부터 350m이내에 지하철역이나 철도·도시철도(예정지 포함)가 있어야 한다.

어바니엘 위드더 스타일 충정로 조감도. / 서울시


서울시는 올해 충정로를 비롯해 5개 지하철역 주변에 역세권 청년주택을 계획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 지난 9월 충정로역을 포함해 제1차 역세권 역세권 청년주택 2곳 청약결과 583실 모집에 1만3622명이 몰려 높은 인기를 끌었다. 두 곳 모두 최대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의 청약 경쟁률은 공공임대의 경우 123대1, 민간임대 특별공급이 6.5대1로 평균 17.73대1로 높았다.

김종훈 구도건축(땅집고 건축 파트너사) 대표는 “최근엔 강남지역의 골프연습장이나 주유소 등도 역세권 주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역세권이라고 하더라도 부지에서 제대로 된 수익이 나지 않거나 땅의 활용 방법을 몰랐던 소유주들이 이 제도를 절호의 기회라고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용적률·주차장 면적 규제 완화가 가장 확실한 인센티브

역세권 청년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용적률과 주차장 비율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8년 동안 청약시스템을 통해 임차인을 알아서 모집해 주고, ‘역세권’이라는 장점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도 높아 공실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공공임대를 제외하면 민간임대 특별공급은 주변 시세 대비 85%, 일반공급은 95% 수준으로 시세와 비슷한 보증금·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의 민간임대 보증금은 3600만~1억1280만원, 임대료 29만~78만원 수준에 공급됐는데, 주변 오피스텔과 가격이 비슷했다. 세입자인 청년들에게 임대 보증금의 30%, 최대 45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대출이 지원돼 안정적으로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혜택. / 서울시


가장 큰 혜택은 시가 해당 부지의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사업비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500㎡ 이상의 제2·3종 일반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부지 면적이 1000㎡이상이면 일반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준다. 대신 땅의 15~30% 면적 부분을 공공임대 주택을 만들어 시에 기여하면 된다. 용적률은 최대 680%까지 상향된다. 차가 없는 청년이 거주하는만큼 주차면적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30㎡미만의 주택은 현행법 상 1가구 당 0.5대, 60㎡미만이면 0.6대의 주차장이 필요하지만 역세권 청년주택은 가구 당 0.25대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 서울시 역점사업, 저렴한 금리로 공사비 대출, 파격적인 세제 혜택까지 제공

대출 지원도 매력적이다. 역세권 청년 주택은 시가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공공임대를 제외한 건설자금의 90% 수준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또 서울시가 공사비 대출이자까지 최대 1.5%(200억원) 지원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자금 지원 내용. / 서울시


세제혜택도 있다. 공공임대 가구를 제외하고 민간 임대 8년을 유지하는 동안 전용 60㎡ 이하 기준으로 재산세 50%, 임대소득세 75%를 감면받을 수 있으며 양도소득세 50% 감면받을 수 있다. 백윤기 서울시 역세권 계획팀장은 “임대 및 건축 사업자들 문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임대사업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청년과 임대사업자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계점도 있다. 다만,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규모가 ‘꼬마빌딩’ 수준이 아니라 최소 사업비가 200~300억원에 이르는 개발 사업이고, 금융(PF)까지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꼬마빌딩’처럼 개인이 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자문했던 수목건축 서용식 대표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지금까지 공공이 추진한 주택 사업 중 가장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면 토지주 입장에서 확실한 매력이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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