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어제 왕십리 뉴타운 센트라스 45평이 16억5000만원에 신고가(新高價)로 거래 완료. 못 믿는 분들을 위해 부동산 이름을 알려드리니 직접 전화해 보세요.”

지난 8월 중순 유명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 서울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 ‘센트라스’ 아파트 115㎡(이하 전용면적 기준)가 신고가인 16억9000만원(25층)에 팔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문의해서 알아봤고, 곧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신고 내역에도 반영된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실제 이 글이 올라온 지 몇 일 지나지 않아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이 주택형이 16억9000만원에 거래된 내역이 공시됐다.

올 9월 15일에는 같은 카페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 자이’ 아파트 84㎡가 22억원에 거래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틀 후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도 거래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한 아파트 실거래가 실시간 공개가 확산되면서 찬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국토부의 공시 시스템보다 ‘인터넷 주택 가격’이 시세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한다. 반면 가짜 정보 확산 등으로 시장 왜곡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수요자와 집주인들은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집을 추격 매수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토부 실거래가는 현재 시세와 차이가 커

인터넷에 올라오는 주택가격 정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현재 시세를 평가할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뒤 정부에 실거래 가격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 기간은 60일인데, 이보다 부동산 시장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문제다. 최용규 퍼스트기린부동산 대표는 “특정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공개되면 호가(呼價)가 더 오르거나 매물이 사라진다”면서 “공인중개사들 입장에서는 60일까지 기다렸다가 신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국토부도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실거래가 신고기간을 30일로 단축시키고, 통계 시스템을 개편해 거래 집계 기준도 신고일(60일 이내)이 아닌 계약일로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만으로는 급변하는 집값 정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수요자들이 인터넷 실거래가 정보에 매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들어 정부 정책 변화가 워낙 심해 시장이 불확실성이 커진 탓도 있다. 실제 정부는 올 하반기에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광역교통2030비전 발표,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지금처럼 주택 가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올라오는 인터넷 가격 정보가 매수자들의 빠른 판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짜 시세 정보가 시장 왜곡할 우려도

그렇다면 실거래가는 어떤 루트를 통해 인터넷에 확산될까. 주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나 매수자의 지인들, 특정 지역에 관심을 갖고 계속 모니터링하는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계약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퍼진다.

공인 시스템이 아닌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이른바 입소문 정보라서 가짜 실거래가, 허위 거래 정보 등도 많이 올라온다. 특정 단지의 가격을 띄우려는 시세 조작꾼들이 개별적 혹은 조직적으로 소문을 퍼뜨리거나 인터넷에 허위로 신고가를 올려도 가격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한 인터넷 카페에 이달 13일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59㎡가 사상 최고가인 26억원에 매매됐다는 게시글이 떴다. 사실이라면 3.3㎡(1평)당 1억원이 넘는 가격이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은 금새 사라졌고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도 해당 거래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거래된 내역을 마치 올해 실거래가인 것처럼 교묘하게 속여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가격을 보고 매수자들이 시세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적정한지는 알 수 없다”며 “수요자들이 직접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