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온기가 돌았던 지난달 15일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호수공원 앞. 동탄 신도시 남쪽 생활권(남동탄)의 아파트 단지들 앞으로 펼쳐진 호수공원에서는 신도시 주민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주변 대로에는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M4137번과 동탄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가 분주하게 지났다. 호수공원 건너편으로는 남동탄뿐 아니라 화성시에서 가장 큰 ‘그랑파사쥬’ 복합몰(연면적 21만1139㎡)이 공사 중이었다.
호수공원 앞에는 남동탄의 마지막 입주 아파트인 ‘우미2차 린스트라우스 더 레이크’ 가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 아파트의 116㎡ 주택은 분양가보다 6억원 가량 오른 11억 1792만원(29층)에 거래돼 북동탄 아파트를 포함해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남동탄은 동탄 2신도시 중에서 입지적으로 외진데다가 조성 속도가 늦어 동탄 2기 신도시 중에서도 비(非)인기 지역으로 꼽혔다. 입주 초기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단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남동탄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서울 집값 상승세에 이어 경기 남부권까지 집값 상승세가 번지면서 남동탄 아파트 단지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는 것.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남동탄 아파트 단지의 주거 환경이 북동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난 것도 남동탄 집값 상승세에 한 몫하고 있다.
■ 미분양·교통 오지·마이너스 프리미엄 3박자 갖췄던 남동탄
동탄2신도시는 크게 리베라 CC골프장을 경계로 북동탄과 남동탄으로 나뉜다. 두 지역은 집값 차이가 제법 컸다. 작년 12월 북동탄 청계동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이 3.3㎡ 당 1800만원, 호수공원 방면 남동탄 송동은 1547만원 수준이었다. 가격 차는 입지와 조성 속도 때문이었다. 청계동 등 북동탄에는 고속철도 SRT동탄역이 있고 시범단지를 포함한 아파트 단지들이 일찌감치 먼저 들어섰다. 상가나 복합몰, 백화점 등 각종 인프라도 집중돼 있었다.
반면, 남쪽은 입주가 느린데다 현재는 아파트만 수두룩하게 들어서있고 철도나 쇼핑몰 등 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2년 전까지만해도 북동탄이 도시 모습을 갖추는 동안 남동탄에는 공사장만 보였고 버스는 커녕 택시도 찾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남동탄 외곽지역에서는 아파트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어려웠다. 장지동 ‘동탄2 아이파크1·2’는 원래 신안종합건설이 ‘신안인스빌리베라’ 980가구를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5년 입주자 모집에서 계약 가구가 단 2가구에 그쳐 아예 분양이 취소됐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이 부지를 인수해 아파트를 세웠는데, 2년 전까지 980가구 중 400가구가 미분양였다. 작년11~12월 사이 ‘더 레이크시티 부영1·2·3·5·6’ 3553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다시 미분양이 발생하자 남동탄 전체가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 입주 마무리되니, 동탄2 남·북 지역 별 차이 없어
그러나 남동탄 주민들은 지난 1년 사이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도시의 주거환경이 분양·입주 초기의 우려와 달리 “SRT역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북동탄에 비해 남동탄이 뒤질 것이 없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차피 동탄은 서울에서 먼 곳이어서 서울 출퇴근 경쟁력을 따지자면 북동탄이나 남동탄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점도 남동탄 아파트 값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주민 김성현(35)씨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있어야 할 아기자기한 음식점과 편의점 같은 상가도 제법 많고, 산책로도 좋은 편이라 살기에 남동탄도 살기에 괜찮은 것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남동탄 집값이 상승하면서 북동탄과 집값 격차가 줄었다. 8월까지 ‘동탄2아이파크2’ 96㎡는 4억1800(6층)만원으로 분양가(4억2000만원)보다 200만원 가량 낮았는데 지난달 4억7000만원(12층)으로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3월 입주한 ‘금호어울림레이크2차’ 84㎡는 지난 7월까지만해도 분양가보다 낮은 3억2500만원(9층)에 거래되다가 10월 53000만원(8층)으로 상승해 8000만원 올랐다.
현지에서는 남동탄 지역이 공사현장 같은 삭막함을 벗고 비로소 신도시다운 모습을 갖추면서 북동탄에 집중돼있던 수요가 남동탄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한다. SRT동탄역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남동탄과 북동탄 사이에 입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남동탄 주민 김모(34)씨는 “북동탄보다 신축인데 주택 가격이 더 저렴하고 도로망을 이용해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대도시로 접근하는 것도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 트램에 복합 상가까지…인프라 호재 겹쳐
남동탄에 뒤늦게 각종 개발 호재가 이어진 것도 집값 상승의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에는 동탄신도시 전체 단지 곳곳을 지나는 트램 사업 추진이 발표됐고 지난 10월 말 국토부가 발표한 광역교통망 2030계획에서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동탄 트램은 1호선과 2호선이 만들어지는데, 남동탄 쪽으로는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화성이나 천안·평택 등에 직장을 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북동탄보다는 남동탄이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동탄2신도시 호수태극공인중개사무소 정종권 대표는 “동탄2기 신도시에는 인근 수원 삼성이나 천안, 평택의 삼성, LG 직장인도 많이 거주하는데 이 사람들에게는 남동탄이 거리상으로 직장이 더 가까워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동탄 지역에는 추가로 쇼핑시설, 병원 등이 더 들어설 예정이어서 당분간 남동탄 주택시장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동탄에 조성되는 트램 예정역 주변에는 영화관·병원·야외 수영장·키즈카페 등이 포함된 초대형 주상복합 상가가 들어설 계획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때는 경부축의 경기남부의 도시(동탄1, 영통 등)들이 입주한지 10~15년 이상 지나면 통상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경기권의 신도시는 주택과 도시의 노화화에 따라 집값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남동탄 지역 역시 중장기적으로 실수요 차원에서 살만한 집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