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놀랍게도…집값 비싼 동네는 늙어가는 속도도 느리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11.26 06:31

[수도권이 늙어간다] ① 서울에서 인구 고령화 속도 가장 빠른 곳은?

[땅집고] 서울도 늙어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7월 1일(주민등록 내국인 기준) 현재 전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18.8%다. 유엔(UN)은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 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5년 내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고령화 쇼크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7.6%로 전국 평균보다는 고령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는 낮지만, 서울의 고령화도 심각하게 진행된 상황이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서울도 고령사회(14% 이상)에 이미 진입했다.

1998년 5.5%였던 서울 고령인구 비율은 2008년 10.3%, 그리고 2018년 17.6%로 급격히 상승했다. 땅집고는 서울의 구별 고령인구 비율과 부동산 시장의 상관 관계를 취재했다. 결론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일수록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고령화 속도 역시 빠르다. 반면 집값이 비싼 지역은 고령 인구 비율이나 고령화 속도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조선DB



■ 고령인구 비율 높은 동네가 집값 싸다?

2018년 기준 서울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10개 구./자료=통계청


작년 7월 기준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북구(21.9%)였다. 이어 종로구(21.52%), 중구(21.36%), 도봉구(20.34%)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10개 구는 ①도심권이거나 ②집값이 저렴한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중 주거지로서 역사가 긴 서울 도심지역의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전부터 살던 원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기준 서울에서 고령인구 낮은 구 10곳./자료=통계청


반면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송파구(14.7%)였다. 이어 강남구(14.9%), 양천구(15.2%), 서초구(15.25%) 순이었다. 이들은 집값이 비싸면서 학군이 좋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 집값 비싼 강남3구는 인구도 가장 젊어

2018년 기준 지난 10년간 고령인구 비율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곳의 명단은 조금 다르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기존 인구의 고령화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고령 인구의 순 유입이 많았던 지역이다. 1위는 지난 10년 사이 고령 인구 비율이 12%에서 21%로 급등한 강북구였다. 2위 도봉구, 3위 동대문구, 4위 서대문구가 뒤를 이었다.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크게 상승한 곳은 대부분 집값이 저렴한 지역이다./자료=통계청


고령화 속도가 높은 지역은 집값이나 주거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소득이 낮은 고령 인구의 순 유입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학군과 출퇴근 거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구별 아파트값 순위(올해 10월 전용 1㎡당 아파트값)./자료=한국감정원

반면 지난 10년간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적게 오른 곳은 강남구로 8.6%에서 14.9%로 6.3% 상승하는데 그쳤다. 2위는 송파구(6.2%), 3위는 서초구(6.1%)였다. 특히 집값이 서울에서 가장 비싼 3개구인 소위 '강남 3구'의 고령 인구 비율 상승폭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던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노후 주택 재건축으로 주거 환경이 좋아진 영향도 있지만 결국 집값이 비싼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이 강남에서 밀려나 강북·도봉구 등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 고령화→집값 하락 악순환 우려…“신개념 주택 정책 필요”

문제는 고령인구 비율이 상승하는 지역에서는 소득·소비 감소→상권 위축→집값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더구나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여서 악순환의 속도 역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주택 수요 자체가 곧장 감소하지는 않는다. 평균 수명이 긴 탓이다. 오히려 1인용 주택이나 노후 저가 주택 수요는 한동안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노후 주택의 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 같은 개·보수 역시 활발하기 어렵다. 노후 주택 비중이 높아지면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월세 중심 임대차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정책 측면에서는 노후 주거단지 개보수와 헬스케어 같은 고령화에 대비한 정책 체계를 갖추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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