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물 가치 올리려면 '콘텐츠 있는 세입자'를 들여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9.11.25 06:57

[땅집고]“그동안 콧대 높던 백화점도 요즘은 ‘힙’한 임차인을 모시기 위해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매출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거든요. 대기업도 이렇게 노력하는 상황에서, 일반 건물주들도 좋은 세입자를 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황윤민 위치비앤씨 대표. /위치비앤씨 제공

땅집고가 6일 만난 황윤민(35) 위치비앤씨 대표는 “건물주들이 ‘콘텐츠’를 가진 임차인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건물이 살고, 상권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는 네일샵 ‘위치네일스’, 꽃집 ‘까치화방’, 한식당 ‘무월식탁’ 등 뷰티·외식업 브랜드 총 5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20~30대 고객들 사이에서 ‘핫’하다고 꼽히는 브랜드다. 연매출 총 130억원대를 기록했다. 각 브랜드는 대기업에게 입점 제안을 받고 강남 파미에스테이션, 파르나스타워, SSG 푸드마켓 도곡점, 잠실롯데백화점 등에서 영업 중이다.

?황 대표가 운영하는 '위치네일스' 매장 전경. /위치비앤씨 제공


황 대표는 서울 유명 상권에 빌딩을 가진 건물주들 사이에서도 ‘1등 세입자’ 대접을 받고 있다. 황 대표의 브랜드가 입점하면 건물 가치가 올라간다는 소문이 나 있다. 현재 ‘무월식탁’이 입점해있는 강남대로 건물 시세가 2016년 40억원에서 올해 120억원까지 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 땅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이 있긴 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로 장사하는 ‘무월식탁’이 들어오자 빌딩 가치가 더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있는 세입자를 가려내는 비결이 뭔지 황 대표에게 들어봤다.

-내 건물과 어울리는 세입자가 따로 있을까.

“건물주는 자기 자신을 엔터테인먼트 소속사 사장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소속사 사장들이 연예인을 어떤 이미지로 만들어야 톱 스타가 될지 고민하는 것처럼, 세입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내 건물이 위치한 거리·상권 성격과 일치하는지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돈을 부르는 세입자’는 일반 세입자와 어떻게 다르나.

“공간을 이중, 삼중으로 활용하는 매장을 주목해야 한다. 매 달 내는 임대료가 같다고 해서 세입자의 질도 같은 건 아니다. 세입자가 점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건물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대 때 분당 야탑에 있는 프랜차이즈 주점을 인수했던 적이 있다. 원래는 적자가 나던 매장이었다. 가게를 인수하면서 300만원을 들여 테라스를 설치했다. 술은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먹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탁 트인 야외석을 만든 것이다. 그랬더니 3개월만에 월 매출이 두 배로 오르면서 일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주점이 됐다. 공간 활용도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사례다.

?카페 겸 꽃집으로 운영하는 까치화방 강남점. /위치비앤씨 블로그


현재 강남구 역삼동 ‘까치화방’ 매장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하고, 밤에는 꽃꽂이 강의를 진행하는 아카데미로 활용한다. 영업시간을 극대화하니 건물 전체가 살아나는 효과가 난다.”

- 경쟁력 있는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주가 월세 올릴 욕심을 없애는 게 먼저다. 그 동안 명품이나 유명 프랜차이즈를 주로 입점시켰던 백화점들이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점포들을 영입하는 추세다. 월세를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주거나 판매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을 배려해준다. 고정 점포를 낼 수 없는 경우라면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라도 데려가려고 노력한다.

황 대표는 건물을 살리는 것은 임차인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까치화방 강남점 건물이 있는 골목 전경. /네이버 로드뷰


반면 일반 상권에 빌딩을 가진 건물주들은 입점시킨 점포가 잘되기만 하면 월세를 올리려고 애쓴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상권 전체가 망가지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거다. 이미 모객력을 갖춘 브랜드가 분점을 낼 때는 굳이 유명상권이나 대로변에 있는 건물을 고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임차인을 유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몇 개월 동안 렌트프리 혜택을 제공하거나,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주들에게 조언한다면.
“내 건물이 잘나서 임차인들 장사가 잘 되는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자본면에서 보면 건물주가 ‘갑’이긴 하지만, 고객들에게 해당 건물만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건물 가치를 올려주는 건 결국 세입자들이다. 비교적 덜 유명한 상권에 빌딩을 가지고 있다면, 임대료 상승이 아닌 지가 상승·건물 가치 상승으로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우량 임차인을 오랫동안 데리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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