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루 1억씩 올라" 고삐 풀리자 미친 듯 치솟는 부산 집값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11.13 10:08 수정 2019.11.13 11:17

[땅집고] “하루 만에 프리미엄이 1억원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부동산 중개를 10년 넘게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한 중개업소 A소장은 부산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 엿새째인 이날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 소장에 따르면 해운대 해변 앞 ‘엘시티 더샵’ 아파트의 경우 가장 큰 75평짜리를 기준으로 며칠 사이 프리미엄이 5억원이 넘게 붙었다. 규제 해제 전 23억원을 호가하던 이 매물이 이날 기준 호가가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주택 형인 58평의 경우는 프리미엄이 1억5000만원 이상 형성된 상태다. 해당 평수 가운데 일부는 조정 해제 전 6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있었다.

부산은 해운대·수영·동래구가 지난 8일 이후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서 1순위 청약 요건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되고,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에서 빠졌다. 그러자 부산 지역 주택시장에서는 당장 아파트와 분양권 값이 뛰고 있고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대와 함께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수영구 재건축 아파트들도 입주권 매물이 싹 사라졌다. 부산 최대 재개발 예정 단지인 남천 삼익비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만 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년간 동래구(-2.4%), 수영구(-1.1%), 해운대구 (-3.5%)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규제 해제의 근거로 들었다.

[땅집고]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고층 아파트들./조선DB

그러나 오히려 업계에서는 몇 달 전부터 부산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서울 등 외지인들이 원정 투자에 나서면서 주택 시장이 꿈틀댈 조짐이 보였다고 지적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그 외 타 지역 거주자들이 부산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올해 초만 해도 매달 200~300건이었는데,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400건대를 넘어섰다.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달 28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직전 일주일보다 0.06% 오르면서 111주 만에 집값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부산 해운대·수영구의 경우 굵직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라 전국에서 유동 자금이 몰리면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서울 큰손들이 부산 아파트를 싹쓸이해서 집값만 올려놓고 정작 실수요자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전면 규제를 해제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 표심 잡기용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부산 부동산 시장을 규제로 꽉 묶어 놓았다가 갑자기 해제 발표를 하는 바람에 시장이 하루아침에 혼돈에 빠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까지 받고 있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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