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옥常] ② 이웃과 눈맞추며 소통하는 생활한옥 월문가
[땅집고]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단지 한 구석에 지하공간이 딸린 2층 한옥 한 채가 들어섰다. 외관만 보면 전형적인 한옥 스타일인데 내부에 현대식 설계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생활한옥 ‘월문가(月門家)’다.
이 한옥은 자향헌 건축사사무소(박상욱 대표)와 구트구트(김상남 대표) 시공사가 10개월 동안 협업해 완성했다. 우수한 설계와 시공 기술로 제9회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준공부문 대상인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았다. 국토부는 “골목을 향한 창을 통해 이웃과 눈 맞추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서의 한옥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건축개요
대지위치 :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지역지구 : 제1종 전용주거지역
대지면적 : 204.7㎡
용도 : 단독주택
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건축면적 : 75.89㎡
연면적 : 169.92㎡
지상층 면적 : 99.68㎡
건폐율 : 37.07%
용적률 : 48.69%
구조 : 한옥식 목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주차대수 : 1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한옥은 춥고, 불편하고, 건축비도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주택은 달랐다. 21세기 도시형 한옥으로 계획했다. 편리한 구조와 신기술이 도입된 자재가 돋보인다.
월문가의 공간 배치 목표는 한마디로 ‘소통’이다. 전통적인 한옥 요소를 충분히 갖추면서 마당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안방과 주방, 다용도 공간이 정중앙에 놓인 마당을 중심으로 통합된다. 한옥 전통 공간인 사랑채와 안채가 합쳐져 내외부와 연결된다.
건축주의 자녀에게 독립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지하층은 따로 출입문을 만들고, 자녀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신축 아파트처럼 설계한 이곳은 천창에 창을 내는 선큰(Sunken)기법을 통해 위에서 햇빛이 충분이 들도록 했다.
■ 1·2층은 한옥, 지하는 현대식 건물
대지가 204.7㎡로 한옥 치고는 좁은 편이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데 신경썼다. 지상 1~2층(99.68㎡)은 전통 한옥공법으로, 지하 1층(70.23㎡)은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었다. 마당과 안채, 사랑채, 별당, 민흘림기둥 등 전통 한옥에서 볼만한 공간도 포함했다.
하지만 주방은 상하부장이 딸린 현대적 모습을 갖추고 있고 의자가 있는 다이닝 테이블이 놓였다. 전통 한옥에서는 좌식 생활이 주를 이루지만 이 집은 입식용 가구들도 충분히 놓을 수 있다.
2층은 전망과 휴식 기능을 겸하는 서재로 만들었다. 서재는 대청 옆으로 비껴 배치해 1층 대청에 연등이 달린 천장을 가질 수 있게 했다. 1층 지붕 일부분을 2층 서재 내부에 노출해 서재에서도 지붕구조를 감상할 수 있다.
자녀가 생활하는 지하층은 거실과 주방, 두 개의 방으로 구성해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다. 지하이면서도 햇빛과 바람을 공유할 수 있도록 천창을 냈다. 주택 내부에서 들어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 출입문이 있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 함수율15% 낮춘 압축기술 적용
지상층 구조재로 사용한 목재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벌목한 금강형 소나무다. 이 나무에 압체식 진공 고주파 건조 공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대들보·기둥·도리 등 구조로 쓰이는 목재의 평균 함수율은 15%다. 문화재청의 목재 건조에 대한 문화재 수리표준 시방서에 나온 보와 기둥의 목재 함수율이 24%인 점을 감안하면 함수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한옥의 생명은 목재의 건조 성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수분 함유량을 낮춘 기술로 향후 나무의 수축과 팽창으로 인한 변형과 뒤틀림, 파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낮췄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