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열었다 하면 대박…건물주 영입 1순위 '성수동 백종원'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9.11.05 05:36 수정 2019.11.06 11:09

“내 건물을 우리 동네 상권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으세요? 그럼 동네에서 어떤 업종이 가장 필요하지만 부족한지 찾아내세요. 그 업종을 다른 건물주보다 빨리 내 건물로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식당 '윤경'에서 만난 이남곤 33테이블 대표. /이지은 기자

이남곤 33테이블 대표는 요즘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건물주들 사이에 가장 영입하고 싶은 임차인으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성수동에서는 골목식당으로 유명한 백종원씨 인기를 능가할 정도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이 입점할 때마다 해당 건물을 어김없이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처음으로 경양식 레스토랑 ‘윤경양식당’ 브랜드를 런칭한 후, 현재 ‘윤경(돈가스)’, ‘고니스(수제버거)’, ‘삼삼하우스(분식)’, ’쏘마이타코(타코)’ 등 그가 만든 식당 브랜드 5개 모두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 미다스의 손이 따로없는 셈이다. 5곳에서 나오는 연 평균 매출만 수 십억원대에 달한다.

국민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IBM 등 IT(정보통신)기업에 근무하던 이 대표가 외식업에 뛰어든 이유는 다소 의외다. 한마디로 배가 고파서였다. “샐러리맨으로 평생 일해봐야 제 꿈을 이루거나 큰 돈을 벌기는 힘들어 보였어요.”

[땅집고] 성수동 윤경양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이 올린 SNS 후기 사진들. /33테이블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었던 점을 살려 식당업에 도전했다. 장소는 성수동을 점찍었다. 임대 시장에 나온 점포 중 ‘될 만한 곳’을 골라내 식당을 차렸다. 성수동 토박이어서 누구보다 지역 여건이나 상권, 동선 등에 대해 꿰뚫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2015년 성수동 대로변 3층 건물의 2층 점포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곳에 ‘윤경양식당’을 차렸다.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렸다. 당시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낡은 건물에 빈티지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옛날 경양식 레스토랑 분위기를 재현했다. 곧바로 SNS(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젊은층이 찾는 인기 식당으로 떠올랐다.

[땅집고] 2015년 이남곤 대표가 '윤경양식당'을 차렸던 대로변 3층 건물. /네이버 로드뷰


4년여가 지난 현재 이 식당 임대료는 월 120만원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입이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건물주는 이 대표에게 고마워한다.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건물주 스스로 1층에 빵집 ‘밀도’를 직접 차리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것. 빵집 ‘밀도’는 전국에 분점 10여개를 둔 인기 빵집이 됐다. 이 건물은 주변 건물주들이 기존 주거용 건물을 상가로 바꾸는데 촉매 역할을 하기도 했다.

땅집고는 이 대표를 만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건물주들에게 건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힙한 임차인을 찾는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어떤 임차인을 들여야 죽은 건물이 살아날까.
“우선 2030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식당 가운데 다른 지역에도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는 브랜드를 찾아라. 기본적으로 이런 식당은 고객을 끌어오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건물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줄 확률이 높다. 건물주는 이런 브랜드를 찾아내는 눈을 키워야 한다. 힙한 임차인을 들이고 싶다면, 지금 임대 시장에서 힙한 세입자가 누구인지 공부해야 한다. 건물주가 일반 소비자보다 ‘대세’를 모르고 있으면 안된다.

[땅집고] 서울 성수동 상권에는 젊은층 선호도가 높은 카페나 식당이 많다. /이지은 기자


아무리 유명한 상권이라도 분명 부족한 업종이 있다. 그 업종이 뭔지 찾아내라. 예를 들면 지금 성수동에는 아기자기한 식당이나 카페는 많은데, 인근 회사원들이 단체로 회식할 수 있는 넓은 고깃집이나 가족이 편하게 외식할만한 밥집을 찾기 힘들다. 와플이나 츄러스 같은 간단한 테이크아웃 간식거리를 파는 매장도 찾기 어렵다. 이런 희소성 있는 업종을 임차인으로 들이면 건물을 빠른 시일 내에 살릴 수 있다. 굳이 ‘예쁜 식당’이 아니어도 된다. 필요하다면 국밥집이라도 섭외하는게 옳다.”

―힙한 임차인들은 어떤 건물을 선호하나.
“기본적으로 동네 주민들이 주로 다니는 동선(動線)에 위치한 건물을 좋아한다. 장사가 잘 되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 아니어도 유동인구가 있어서다. 유명 상권에 있어도 너무 깊숙한 골목길에 있는 건물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겨울이 되면 고객들이 건물까지 찾아오기 힘들다.

[땅집고] 공항대로변을 따라 들어선 마곡 오피스상가건물. 건물 바깥에 크게 '임대'간판이 걸려있다. / 김리영 기자


건물주들은 흔히 ‘오피스 상권’, 즉 대기업 배후 수요를 낀 건물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중소기업이나 지식산업센터가 많은 지역의 건물이 더 ‘알짜’다. 대기업은 점심시간이 칼같이 정해져 있다. 중소기업은 식사시간이 나름 유연하다. 점심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길다. 요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대기업 직장인 대상으로는 저녁 장사를 거의 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비인기 상권이나 사각지대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는 것이다. 이 때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브랜드 매장을 유치하면 더 좋다. 건물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매장 간판을 눈에 띄는 크기로 달아주는 방법도 있다. 요즘 임차인이나 고객 모두 남녀 화장실을 구분한 건물을 선호한다. 화장실 분리 공사도 고려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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