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 파주시 월롱면의 작은 마을 위전리. 논밭 사이로 듬성듬성 들어선 단독주택, 학교 같은 키 작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을 한복판에 들어가니 작은 건물 사이로 푸른빛을 띤 직사각형 2층 건물이 나타났다. 마치 갤러리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외관이 독특했다. 건물 앞에는 넓은 마당이 펼쳐졌고, 2층에는 테라스도 보였다. 외관만 보면 무슨 건물인지 알기가 어렵다.
지난 17일 완공한 이 건물은 '수제 맥주 공장 겸 카페'다. 대지 면적은 3723㎡,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다. 국내 최고 건축가와 시공 회사가 모인 '땅집고건축' 파트너사인 YKH건축사사무소(홍태선 소장)와 도시건축종합건설(신재호 대표)이 설계하고 지었다. 건축주는 "그냥 제품만 찍어내는 단순한 공장이 아닌, 고객들이 직접 와서 맥주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시음하면서 경험을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나무 껍질 느껴지는 노출 콘크리트
시공을 의뢰받은 신 대표는 홍 소장과 함께 건물 디자인을 구상했다. 신 대표는 "건축가와 함께 설계할 때부터 한 번이라도 공장을 찾은 고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외관과 내부 구조, 디자인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확실한 차별성을 구현하기 위해 많이 고심했다"고 했다.
외벽부터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노출형 콘크리트로 마감했는데 일반적인 회색의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나무껍질과 비슷했다. 외벽을 손으로 만져 보니 촉감도 나무껍질을 만지는 듯했다.
신 대표는 콘크리트 타설 전에 형태를 잡아주는 목재 구조물인 거푸집 일부를 콘크리트 표면에 달라붙게 한 다음 굳히는 공법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거푸집이 달라붙지 않도록 처리하죠. 하지만, 이번엔 정반대였어요. 낙엽송으로 만든 거푸집 문양이 콘크리트에 그대로 찍히도록 했습니다. 나무가 주는 독특한 질감을 콘크리트로 그대로 옮긴 것이죠." 국내에선 처음 도입한 공법이다. 색깔도 독특했다. 외벽 공사에 사용할 콘크리트 반죽을 하면서 파란색 계열 안료를 넣었다. 그래서 건물 내·외부 전체를 고급스러운 푸른빛이 감싼다.
◇"대형 건물 내부 단순할수록 좋아"
건물 내부는 구역별로 기능에 충실하도록 했다. 우선 맥주를 제조하는 공간은 '온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설비를 놓는 공간에 일부러 창을 만들지 않았다. 신 대표는 "맥주는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면서 "창을 달면 햇빛이 들어와 온도가 수시로 변해 창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방문객이 머무는 카페 공간에는 테라스와 천창(天窓) 등 햇빛이 풍부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꾸몄다. 맥주 제조 설비가 들어가는 공간과 카페 공간은 유리창으로 완전히 막아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했지만, 방문객이 맥주 제조 과정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직사각형 평면의 1·2층 건물 내부는 아무런 구조물이 없이 비워 놓았다. 중앙에 공장과 관람 공간을 가르는 유리벽과 철제 계단을 만들었는데, 필요에 따라 쉽게 철거가 가능한 구조다. 신 대표는 "큰 건물을 지을 때는 지금 당장 용도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고 매각·임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건물 내부는 최대한 단순한 것이 좋다"고 했다.
◇"건물 자체가 제품 브랜드 알리는 데 도움"
연면적 690평(2279㎡) 건물을 짓는 데 총공사비는 60억원쯤 들었다. 디자인에 투자하고, 중단열 구조로 시공하면서 일반적 노출 마감형 콘크리트 건물을 지을 때보다 건축비가 20% 정도 더 들었다. 건축주는 시공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건물은 달랐다. 건축주가 시공비는 더 들더라도 이곳에서 만드는 맥주 브랜드를 확실하게 알릴 수 있도록 투자한 것이다. 신 대표는 "건물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고, 외벽 공법도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이어서 건물 자체가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가 검증한 최고 건축가와 시공사를 '땅집고 건축매칭서비스'(http://www.zipgobuild.com/, 02-724-6396)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건물 한번 올리고 나면 10년은 늙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