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 곧 없어진다고?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10.21 07:11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전세(傳貰) 제도는 곧 없어질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불과 작년까지만해도 이런 관측을 당연시했다. 자기 소유의 집을 전세놓은 집주인들이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바꾸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2016년까지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른 가운데 전세 거래량은 3년 연속 줄었다.

연도별 상반기 전세 거래량. /국토교통부


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 거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지역 전세 거래는 18만6000건으로 2016년 같은 기간(12만2000건) 대비 51% 급증했다. 이 기간 수도권(49% 증가)뿐 아니라 전국(46% 증가)을 가리지 않고 전세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없어질 듯하던 전세 거래가 다시 늘면서 이른바 ‘신(新) 전세 시대’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서울 전세 거래량 3년새 50% 급증

올해 새 아파트 1만2000 가구가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올 7월 이후 10월 9일까지 1763건의 전·월세 거래가 체결됐다. 이 가운데 전세 거래(1416건)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올해 전국 평균 전세 비중(60%)를 훨씬 웃돈다.

전세 거래가 급증한 이유는 2018년 이후 수도권과 서울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가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구 고덕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지 않으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세입자도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해 전세 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주간 아파트 전세금 변동률. /한국감정원


그러나 현재 전세 거래 증가는 단순히 공급 물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전세금 상승세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5주차 수도권 전세금이 평균 0.08%, 서울이 0.07% 오르는 등 최근 전세금은 올 들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입주 폭탄’ 여파로 전세금 약세가 예상됐던 경기도 동남권에서도 전세금이 오르고 있을 정도다.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는 올 상반기 3600여 가구가 입주했고 바로 옆 서울 강동구에도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하남시 전세금 상승률은 올 7월 이후 전국에서 셋째로 높은 평균 4.67%에 달한다.

■ “신규 청약에 유리…일단 전세로 버티자”

전문가들은 올해 전세 시장에서 거래량과 가격(보증금)의 동반 강세가 나타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주택 가격이 단기간 수억원씩 급등하면서 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없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 9월 30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고덕그라시움. /성유진 기자


둘째,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시행되면서 모자라는 집값을 대출받기가 힘든 수요자가 많다는 것이다.

끝으로, 분양가 규제가 가져온 ‘풍선 효과’다. 비싼 새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는 무주택 실수요자 중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정부가 분양가를 억누르면서 새 아파트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대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자, 자금력 있는 수요자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돈을 끌어 모아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린다는 것.

특히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낮은 하남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당첨을 노리고 지역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전세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새 아파트 공급과 전세 수요가 동시에 늘어 당분간 주택 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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