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GO]
[국내1호 공부환경 조성 전문가 임한규 '스터디룸스' 연구소장]
- 공부방 만들기, 인테리어와 달라
학교·학원과 비슷할수록 좋아… 불편해도 딱딱한 책·걸상 필요
책상 앞 책꽂이는 집중에 방해… 침대는 안보이게 책장으로 분리
스마트폰 빼앗기보단 거치대를
"자녀의 공부방 만들기를 '인테리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쁘고 비싼 가구로 자녀 방을 꾸미면 부모는 만족할지 몰라도 정작 공부 환경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공부 환경 컨설팅 전문 회사 '스터디룸스'의 임한규(39) 연구소장은 '국내 1호 공부 환경 조성 전문가'로 중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인물이다. 그는 "비싼 가구를 사주기보다 자녀 성격과 습관에 따른 공부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직접 개발한 진단 키트를 활용해 자녀의 성향부터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춰 공부방 구조를 알려주고 적합한 책상·의자 등을 추천한다. 공부 환경 컨설팅은 올 초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도 등장했다. 임 소장은 이미 6년 전부터 공부 환경 컨설팅을 했다. 한화건설과 협업해 신규 분양 아파트에 공부방 컨설팅 노하우를 접목하기도 했다. 임 소장에게서 공부 환경 조성 노하우를 들었다.
―공부 환경 조성 컨설팅이라는 내용이 좀 낯설다.
"공부방 만들기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주방이나 욕실 꾸미기와는 전혀 다르다. 자녀와 인터뷰해 성향을 조사하고, 집 구조 등을 고려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 공부 환경을 찾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공부방 만들기 전에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녀의 성향 파악은 어떻게 하나.
"스터디룸스가 자체 개발한 심층 면접 기법을 활용해 진단 검사부터 한다. 아이가 조용한 곳에서 잘 집중하는 독서실형인지,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능률을 발휘하는 학교형인지,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잘하는 오픈형 아이인지에 따라 공부방 환경이 달라진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잘하는 독립형인지, 경쟁자가 있어야 더 실력을 발휘하는 경쟁형인지 등 학습 유형도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맞는 색상은 무엇인지, 집중이 잘되는 방향이나 장소가 어디인지 진단한다. 이렇게 분류한 아이의 성향 종류만 175가지나 된다."
―시중에 이미 공부방 꾸미기 제품이 많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인터넷에 '공부방 꾸미기'를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글과 상품 소개가 뜬다. 문제는 모두가 '공부방 인테리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쁜 가구와 소품도 정말 많다. 이런 정보를 믿고 돈을 써서 인테리어를 하면 예쁜 공부방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공부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공부 환경 조성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잠시 집에서 공부할 때 빨리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방 환경이 학교나 학원과 비슷할수록 좋다. 책상과 의자부터 잘 골라야 한다. 엉덩이 부분이 푹신푹신하고, 편안한 등받이, 바퀴 달린 의자는 치워야 한다. 이런 의자는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갖고 놀 때나 적합하다. 좀 불편하지만 딱딱한 책상과 의자가 좋다. 아이들 성장에 맞춰 높이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제품도 있는데 사실 별로 필요 없다.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되도록 단순한 가구를 사용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바꾸는 게 낫다."
―책상과 책꽂이, 침대는 어떻게 배치해야 하나.
"책상 앞쪽에 책꽂이를 놓는 건 피해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과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책상 앞에는 벽이 있는 게 가장 좋다. 책상 위에 유리판을 까는 것도 좋지 않다. 유리는 겨울에 차가워 심리적으로 책상을 멀리하게 만든다. 유리가 있으면 그 밑에 지도나 글귀를 써두는 경우가 많은데, 집중력을 흩트리는 요인이다. 집이 널찍하고 방에 여유가 있다면 공부방과 자녀 침실은 분리하는 것이 좋다. 그게 힘들다면 책상에서 침대가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자를 등지고 침대를 배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책상과 침대 사이에 책장을 벽처럼 배치하는 것도 좋다. 방이 좁아 보이지만 공부 환경에는 적합하다."
―요즘 공부 최대의 적은 스마트폰인데.
"자녀가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아예 빼앗으면 반발심만 커진다. 폰이 너무 멀리 있어도 불안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부모도 스마트폰에 머리 박고 살지 않나. 차라리 공부방 내 적당한 곳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두고 공부할 때는 넣어둘 것을 추천한다. 부모가 집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읽는 모습도 자주 보여라. 그게 공부방 꾸미기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