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믿을 건 계약서뿐…건축 분쟁 피하려면 이 문구 넣어라"

뉴스 최준석 인턴기자
입력 2019.10.16 06:34 수정 2019.10.16 07:47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김영환 변호사 “계약서 특약 사항에 분쟁 막아줄 문구 넣어야”

“건축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건축주가 꿈에 부풀어 기분 좋게 시작하지요. 하지만 전 재산을 쏟아붓는 건축인만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믿을 건 결국 계약서 밖에 없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문구를 최대한 넣고, 한번 작성하면 그대로 이행해야 뒷탈이 없습니다.”

건축분쟁에 휩싸였던 실제 설계 계약서. /김영환 변호사 제공


오는 22일 시작할 제10기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에서 강연할 김영환 법무법인 아시아 대표변호사는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에서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결국 계약서 문구”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의정부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관재인을 거쳐 현재 서울시 교육청 행정심판위원, 법무법인 아시아 아파트 시행관련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적 분쟁 자체를 피하기 위해 계약 전에 관련 사항에 대해 공부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은 후 계약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럼에도 분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분쟁은 계약서만 잘 써도 피할 수 있고, 어떤 분쟁은 잘못 적힌 계약서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김 변호사가 말하는 ‘분쟁을 피하는 계약서 쓰는 법’을 건축 단계별로 정리했다.

①토지구입: ‘광고 내용 불이행시 계약 취소’ 문구를 넣어라

초보 건축주 중에는 거짓 광고를 믿고 땅에 투자했다가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구입한 토지 주변에 입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중요 시설이 들어오지 않거나 토지 용도가 계약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는 계약서상 특약 사항에 해당 ‘광고에 대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으면 매우 유리하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주가 다르지만 지상권이 인정돼 유지됐던 이촌파출소. /조선 DB


실제로 토지를 ‘복합용지’라고 광고하며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판매한 경우가 있었는데 ‘복합용지’는 토지 용도에 없는 그럴듯하게 꾸며낸 말이었다. 이런 경우 특약 사항에 ‘토지가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적어두면 쉽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복합용지’를 구매했던 한 피해자는 계약서에 광고 내용 불이행에 대한 문구를 작성하지 않아 긴 법정 분쟁 끝에야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②설계 계약·시공 : 계약 내용에 불리한 행동 피해라

시공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설계도면이다. 하자와 관련한 분쟁이 많은데, 법적으로 시공사 잘못을 따질 때는 하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보다 시공 내역이 설계 도면과 일치하느냐를 더 중요한 판단 근거로 본다. 김 변호사는 “설계도와100% 일치하게 시공된 경우 설령 하자가 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반면 하자가 없어도 설계와 다르게 동일규격의 가격이 저렴한 타회사 제품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이 밝혀지면 교체 비용을 배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 계약서의 특약사항 부분. /김영환 변호사 제공


건축주가 계약서를 잘 써 놓고도 불리한 행동을 해 스스로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한 건축주는 시공이 늦어지면 건설업체에게 공사 지체에 대한 보상인 ‘지체상금’을 받기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완공되지 않은 건물에 입주했다. 대법원은 “건축주가 완공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건물 6층에 입주했던 것을 고려해 건물이 어느 정도 기능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지체상금을 달라는 건축주에게 패소 판결했다. 시공이 늦어지면 입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해야 건축주에게 유리하다.

③준공 후: 임대차 계약시 임대 보증기간 엄수

건물 완공 후 상가주택을 지은 건축주와 임차인 사이에 권리금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 2015년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조항이 생겨 세입자가 나갈 때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하면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계약서에 작성한 임대 보장기간 전에 세입자를 내보내면 세입자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다음 세입자를 구할 기회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퇴거하는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보상해야 한다.

서울시 광진구의 한 상가주택. /조선DB


김 변호사는 “법적 분쟁은 어느 쪽도 100%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 이전에 자신이 투자할 대상에 대해 꼼꼼하게 공부하고 계약서에 본인에게 유리한 특약사항을 구체적으로 넣어 분쟁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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