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입주한 대구 북구 칠성동2가 ‘칠성휴먼시아(1250가구)’ 아파트는 올해 ‘대구역 서희스타힐스’로 개명했다. 입주민들이 LH브랜드인 ‘휴먼시아’라는 이름이 단지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해서다. 역세권 입지를 강조하는 ‘대구역’과 시공사 서희건설의 브랜드인 ‘서희스타힐스’를 합한 이름으로 바꿨다. 대전 서구 나르매아파트(2002년 입주, 2398가구) 입주민들도 생소한 이름을 버리고 시공사 삼성물산의 브랜드를 차용한 ‘삼성래미안’으로 단지명을 변경했다.
전국 아파트 단지에 ‘개명(改名)’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도 이름을 바꾸는 시대에 아파트 단지라고 이름을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아파트는 브랜드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고, 이는 곧 집값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공공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전문 브랜드가 개명하는 사례가 많다.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사는 사람)’ 등 LH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까지 생긴 영향이 크다. 임대 아파트 전문 회사인 ‘부영’이라는 브랜드를 단 아파트도 개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입주민들은 단순한 집값 걱정을 넘어 자녀들까지 저소득층으로 낙인찍히는 일을 걱정해 적극적으로 단지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부산 동구 범일동 ‘범일LH오션브릿지(2017년 7월 입주, 652가구)’는 입주한지 1년 남짓 된 시점인 지난해 9월 ‘오션브릿지’로 개명했다. 아파트 이름에서 ‘LH’를 떼버린 것. 입주 한지 얼마되지 않은 아파트도 이름을 바꿨다. 2015년 12월 입주한 위례신도시 ‘위례 부영사랑으로’는 지난해 10월 ‘위례더힐55’로 이름을 바꿨다. 가구당 10만원씩 부담했다고 한다.
민간 아파트 개명도 활발하다. 대전 유성구 교촌동 ‘한승미메이드’는 시공사 한승건설이 부도나면서 ‘미메이드’로 이름을 변경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 ‘삼성사이버빌리지’는 입주민들이 “아파트 이름이 빌라 같다”며 ‘래미안’을 넣은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아파트명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체 입주민의 75% 이상 동의를 받거나, 서면으로 80% 이상 동의를 받은 후 지자체에 신고하면 된다. 관할청이 승인하면 건축물관리대장에 바뀐 아파트 명칭을 기재할 수 있다. 입주민들의 뜻이 모인 상태라면 지자체 심사·통과까지 통상 1~2년 남짓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입주민의 바람과는 달리 아파트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집값을 크게 오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3억7800만원(44층)에 팔리던 부산 ‘오션브릿지’ 84㎡는 개명 후 호가가 3억5000만~4억원 수준으로 변화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과 올해 6월 각각 2억9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던 59㎡도 개명 후 시세가 2억6000만~2억9000만원으로 그대로다. ‘위례더힐55’도 85.7㎡는 개명했는데도 시세가 되레 7000만원 정도 낮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