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나무와 함께 솟아오른 6층짜리 ‘HQL 아파트’
베트남 관광도시 붕따우(Vung Tau)는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찌민 시와 가까운 유명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 주택가에 4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지은 ‘HQL아파트’가 있다. 건축가는 관광 도시의 특성을 살려 임대와 관광을 위한 숙박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대지는 좁은 직사각형 형태로 건물 외벽이 좁고 길게 솟은 모양이다. 내부 공간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건축가는 다소 비좁은 내부공간을 넓어보이도록 천장을 높게 만들고 복층(復層)과 발코니 공간을 활용해 답답함을 완화했다. 최상층인 6층은 펜트하우스다. 건축가는 1층에 나무를 심어 꼭대기층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조로 내부를 설계했다. 마치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화분처럼 보이게 됐다.
◆건축개요
건축가 : 트란 반 후인(Tran Van Huynh)
위치 : 베트남 바리아붕타우
대지면적: 100㎡
건축면적: 100㎡
연면적: 900㎡
준공연도: 2018년
사진작가: 쿠앙 담(Quang Dam)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붕타우는 베트남 남동부 관광도시다. 숙박과 여행 서비스가 잘 갖춰진 곳이다. 젊은이들이 많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시장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편이다.
건축주는 직접 거주하기도 하고, 관광하면서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집을 계획했다.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대지가 좁아 건물 면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할해야 했다. 면적 자체에 한계가 있어 층의 높이를 조절하기로 했다. 발코니나 복층 등 한 가구, 한 층 내에서도 높이를 달리한 공간을 많이 만들어 입체적인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 1층부터 나무가 솟아오른 집
전면부에서 이 집을 바라보면 마치 화분같다. 흰색 외벽으로 된 건물에 네모난 창 사이로 식물들이 뻗어나와 있다. 펜트하우스를 제외하면 임대공간에 난 발코니는 전체가 개방된 것이 아니라 복도식 아파트처럼 전면부 절반만 개방됐다. 이 사이로 거주자들이 식물을 심어놓아 잎사귀가 바깥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모든 층은 건물 중앙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고 계단이 있는 꼭대기 천장과 발코니를 통해 위에서부터 자연광과 바람을 얻을 수 있다. 공간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1층부터 펜트하우스까지 연결된 나무다. 1층에 나무를 심어 펜트하우스까지 가지가 이어진다.
■ 식물과 어우러지는 내추럴 인테리어
지상층 중 2~5층은 임대 공간으로, 6층은 펜트하우스로 활용하기로 했다. 건물 앞 부분은 침실과 작업실, 거실 등을 배치하고 건물 뒷부분은 부엌과 화장실을 배치했다. 펜트하우스인 6층은 거실과 부엌, 두 개의 침실과 두 개의 화장실이 딸렸다.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전체 임대공간 인테리어는 나무나 석재 등 자연재를 활용한 내추럴 스타일로 장식했다. 바닥재와 벽재가 나무로 됐고, 가구들도 이와 어울리는 브라운톤, 혹은 우드테이블 등이 많이 활용됐다. 내부의 식물들과 어우러져 빈티지한 분위기까지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