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올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54%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집값이 다시 급등 양상을 보이는데다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이 과열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서울 지역 미분양이 급증한 이유는 서울 강동구 길동 ‘경지 아리움’ 아파트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아파트는 올 7월 말 계약 기간에 전체 124가구 중 단 한 명도 계약하지 않아 100% 미분양됐다. 올 6월말까지 서울 아파트 미분양은 190가구에 불과했다. 이렇다보니 1개 단지 미분양만으로도 전월대비 54% 급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실 이 아파트가 1가구도 분양되지 않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지 아리움은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던 것.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2월 3일 개정한 ‘주택법’에 따라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시지역에 한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주택건설기준과 주차장 등 부대시설 등 설치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 지은 주택이다.
그런데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이 분양 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지난해까지 공급된 물량이 60만 가구에 달하는데다 소규모 오피스텔 등 대안 상품이 등장하며 설자리를 잃어가는 추세다.
그런데 ‘경지 아리움’은 어떻게 아파트이면서 동시에 도시형 생활주택에 해당할 수 있었을까.
‘경지 아리움’은 전용면적이 13~26㎡, 최고 16층이다. 우선 ‘공동주택 중 5층 이상의 건축물’을 말하는 아파트에 해당한다. 또 도시형 생활주택 중에서 ‘가구당 전용면적 14㎡ 이상 50㎡ 이하’로 5층 이상 건축이 가능한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 아파트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도시형 생활주택이면서 동시에 아파트일 수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로 5층 미만 소규모로 짓기 때문에 경지 아리움처럼 아파트로 분류해 미분양 통계에 잡히는 일이 흔치는 않다. 또 1인 가구의 주거 특성에 맞춘 주거 상품으로 건설이나 인허가를 진행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매력도는 낮은 편이다. 주택 크기가 작고 아파트 편의시설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