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입지,상품성 의미없다…85㎡·6억 이하가 무조건 최고"

재테크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입력 2019.10.03 04:30

땅집고 북스가 이번에 소개할 책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펴낸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라이프런)’입니다. 아래는 9·13 대책 이후 주택 시장의 변화를 세그먼트(분할 단위)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의 내용에서 일부 발췌·축약한 것입니다.

[땅집고 북스] 면적과 가격에 따른 세그먼트가 투자 판단 기준으로 떠올라

지난해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은 ‘세그먼트(segment)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세그먼트는 좀 어려운 말이다. 분할, 단편, 분절 등 갖다 붙일 수 있는 우리 말도 많다. 중요한 점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에서 핵심적으로 바라보던 입지나 상품가치, 수요와 공급을 통한 시장 전망 요소가 이제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세그먼트의 시대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가 제공하는 기준에 따라 완전히 나뉘어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 8·2 대책 이후 등장한 4개 분면의 ‘세그먼트’

세그먼트 시대는 2017년 8·2 대책과 2018년 9·13대책을 통해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우선 8·2대책은 전용 85㎡이하인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임대사업 등록 후 8년이 지나 매각하면 양도소득세의70%를 공제해 주는 것. 10년 임대하면 임대소득에서도 75%를 감면한다. 부동산 시장의 상품이 전용 85㎡ 기준으로 두 개의 세그먼트로 분화한 것이다.

9·13 대책에서는 공시가격 6억원이라는 기준이 추가된다. 전용 85㎡ 이하여도 신규 매입한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70%)이 없어졌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장기보유특별공제(70%)를 그대로 유지한다.

월별 임대주택 등록자 수 추이. 2017년 8·2대책과 2018년 9·13대책 직후 임대사업 등록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채상욱 제공


8·2대책에서 제시한 전용 85㎡ 기준에 공시가격 6억원 기준이 추가되면서 주택 시장은 종전의 2가지 세그먼트(전용 85㎡ 초과와 이하) 영역이 총 4가지 영역으로 세분화됐다.

2018년 9·13대책 이후 나타난 주택 시장 세그먼트. /땅집고


이 가운데 투자수요는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세그먼트에만 몰린다. 8년 임대 후 양도시 양도세를 70% 감면받는 커다란 혜택이 유일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그먼트에 따른 기계적인 수요 집중은 시세의 변화로 나타났다.

■ 세그먼트가 펀더멘털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경기도 부천시는동산 시장에서 다소 소외된 지역이었다. 신축 공급 물량이 적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부천에도 개발 지역이 있는데 바로 ‘부천 옥길’이다. 9·13 대책 이후 부천에 갑자기 세그먼트 바람이 불어닥쳤다. 이곳에 분양한 ‘LH옥길브리즈힐’(1304가구)의 2018년 8월 시세는 15층 4억5000만원, 16층 4억9800만원이었다. 그런데 10월이 되자 12층이 5억3500만원으로 상승했다. 12월 호가는 5억8000만원을 넘어섰다. 2년간 약 1억5000만~1억6000만원의 가격 상승이 있었고, 9·13 대책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보였다.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아파트. /땅집고


지난해 9·13 대책 발표 이후 11월은 서울과 경기 성남시 판교·분당 신도시 일대 주택 가격 하락이 확연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높은 가격을 기록한 지역도 있다. 경기 구리시, 남양주시, 용인 흥덕지구, 인천시 남동구 도림·구월동 등 수도권의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13 대책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데시앙포레(787가구) 전용면적 59㎡는 9·13 대책 발표 이후 신고가를 갱신했다. 전용 59㎡(11층)는 종전 10억7000만~11억원에 거래되다가 갑자기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59㎡ 공시가격은 5억6000만원으로 6억원이 되지 않았다.

9·13 대책 후 아파트 매매가격 월별 변동률과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 /조선DB


위에 언급한 아파트는 모두 전용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 6억원을 밑돈다. 정부 대책으로 면적과 가격이 만들어 낸 부동산 세그먼트화의 수혜를 받은 지역이다. 8·2 대책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이 지역들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면적으로 구분된 세그먼트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면적이 동일하면 ‘입지’와 ‘상품성’이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9·13 대책 전후 면적과 공시가격으로 나눠지는 4분면 세그먼트가 등장하자, 전용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인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쏠리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입지’나 ‘상품성’ 같은 펀더멘탈 요소는 설자리를 잃는다.

점점 투자 흐름이 변하고 있다. 입지나 상품성, 공급, 경기와 같은 기본 요소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책 효과가 만들어낸 세그먼트 중에서 어디가 가장 유리한지를 찾아내고, 이를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세그먼트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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