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서울시가 광진구 구의동과 서대문구 충정로 3가에 1차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발표한 이후 이달 17일부터 이 두 곳 청약 접수가 시작됐다. 서울시가 2016년 3월 발표한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은 만19세 이상부터 39세 이하 연령의 청년이나 대학생, 신혼부부가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는 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공공 임대의 경우 시세의 55% 수준, 민간 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의 85~95% 정도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첫 역세권 청년임대 주택 첫 입주자 모집 공고가 오면서 ‘가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세보다 싸다던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의 민간임대주택 공급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 신혼부부용 역세권 청년주택, ‘덕수궁 롯데캐슬’과 비슷
땅집고는 서울시가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주택(오피스텔 포함)의 가격을 비교해봤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 광진구 구의동에 ‘옥산그린타워’ 2개 동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공급했다.
서울 중구 서대문역 인근에 있는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는 보증금은 1억260만원, 임대료가 6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700m 정도 떨어진 신축 단지인 ‘덕수궁 롯데캐슬’의 오피스텔 201동 36㎡ 주택이 보증금 1억원에 임대료가 56만원이었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첫번째 역세권 청년주택(민간 일반공급)의 공급 가격이 서울 강북 도심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 중 하나인 덕수궁 롯데캐슬보다 비싼 것이다.
신혼부부용으로 공급한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의 가장 큰 면적인 39㎡은 보증금 8500만원에 월세 78만원이었다. 덕수궁 롯데캐슬 41㎡ 크기의 오피스텔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가 80만원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32)씨는 “서울시가 위치도 좋고, 가격도 싼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한다고 엄청나게 홍보하더니 정착 입주하려고 보니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비싼 곳도 있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구의동 청년임대주택 ‘옥산그린타워’의 경우 전용 16㎡와 26㎡ 원룸이다. 옥산그린타워 임대료도 이 주변 오피스텔 시세와 비슷했다. 구의동 일대 입주한 지 15년 이내인 전용 15~26㎡ 크기 오피스텔(크세신타워 3차) 시세는 보증금이 1000만~5000만원, 임대료는 35만~65만원 수준이다. 옥산그린타워의 보증금은 3999만~5654만원, 월 임대료는 29만~53만원이었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의 임대료가 15만원 정도 비싸다. 청년주택은 신축이고 비교 대상 오피스텔은 10년 이상 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의 단독·다가구 월세 거래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20㎡ 초과 규모에서는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임대료가 높거나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민간이 공급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주변 시세 85~95% 수준”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신축이라는 점과 주거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 95%선에 공급하는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가격이 다소 높다는 논란에도 지난 17일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 결과 상당수 청년들이 신청했다.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더라도 시가 입주하기 전까지 입주자들에게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계약기간이 최대 6년(민간임대4년)으로 거주 안정성이 보장되는 점 등이 수요자들의 이목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 셰어형 임대주택, 주변 단독 원룸 가격과 맞먹어
역세권 청년주택 외에도 서울시는 25개 지자체나 민간 사업자와 협력해 다양한 방식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시가 다가구·빌라 등을 사들여 대학생 및 청년에게 셰어하우스로 공급하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리모델링 매입형·지원형 사회주택’을 비롯해 다양한 청년 계층의 수요에 맞게 공급하는 ‘맞춤형 공동체 주택’ 등이 있다. 모두 입주자 소득 수준에 따라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하는 주택들이다.
서울시 주장대로 시세의 30% 수준에 공급되는 주택도 있었다. 청년 매입임대주택 ‘대학생·취업준비생’ 유형, 공공 기숙사 형태의 ‘희망하우징’ 등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가 평균 10만원대다.
그러나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일부 가구는 청년에게 시세 50%에서 공급한다는 서울시 발표와 다른 경우도 있다. 심지어 2명이 함께 생활하는 셰어하우스인데, 주변의 단독 원룸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비쌌다. 예를 들어 금천구 10~30㎡인 단독 원룸은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서 20~35만원 수준인데 2명이 함께 쓰는 청년 매입임대주택11㎡는 보증금이 2000만원에 월세 37만원이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조사한 시세 평가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시세 조사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한 임대료가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민간 임대시장에 시세가 시시각각 변하는만큼 공공 임대주택 가격이 시세와 크게 벌어지는 경우 임차인들이 임대기간 중이라도 임대료를 조정할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