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오래 기다렸던 노선이어서 기대가 크죠. 그런데 개통 앞두고 집값, 전세금 모두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어요. 이미 반영된 점도 있고, 외부에서 보기에 개통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많아요.”
지난 10일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에서 만난 김동신 책임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오는 28일 개통을 앞둔 김포도시철도에 대해 ‘기대반, 의심반’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8601번 광역버스를 타고 운양동 풍경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현재 여의도와 운양동을 오가는 대중교통은 광역버스가 유일하다. 이동 시간은 최소 50분, 출퇴근 시간대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운양동 풍경마을 정류장 바로 앞에는 오는 28일 개통을 앞둔 ‘김포골드라인’ 운양역 역사가 보였다. 김포골드라인은 교통 오지로 악명높았던 김포시에 처음 들어서는 도시철도다. 김포한강신도시, 풍무지구 등 김포시 주요 지역을 거친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한강신도시 기준으로 여의도까지 약 30분이, 강남까지 1시간 정도면 닿는다.
■ 여의도 30분, 강남 1시간대 출퇴근 가능해져
김포에는 지난 10여년 간 한강신도시·풍무지구·고촌지구 등 새로운 주택지가 꾸준히 들어섰다. 하지만 서울까지 이어지는 전철이 전혀 없어 ‘반쪽 신도시’란 오명을 썼다. 오는 28일 김포한강신도시 첫 입주가 시작된 2012년 이후 9년만에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한다. 김포골드라인은 총 길이 23.7㎞로 양촌역~김포공항역까지 총 10개 정거장이다. 기존 경전철과 달리 전 구간이 지하로 운영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3분, 그 외 시간에 6~10여분 간격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김포한강신도시에 사는 염모(43)씨는 “지금은 서울역이나 강남까지 기본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출퇴근할 때는 올림픽대로가 꽉 막혀 20~30분쯤 더 걸린다”며 “전철이 뚫리면 이용객이 분산돼 교통 체증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김포골드라인의 종점 ‘양촌역’에서 서울방향 종점인 김포공항역까지는 30분이 걸리고, 김포공항역에서 서울지하철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 등 주요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김포공항에서 환승하면 여의도역까지 10분대(급행), 신논현역까지 30분, 광화문까지 35분 정도가 걸린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이동시간이 기존보다 30~40분 단축되는 셈이다.
■ 전철 개통 기대감은 높지만 아파트 값은 제자리
전철 개통이 임박했지만 아파트값이나 전세금은 큰 변화가 없다. 김포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역 주변 아파트도 큰 오름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운양역과 가까운 ‘한강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작년 10월 3억9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고가가 2억9000만원(6월)이다. 신축 아파트는 상승하기도 했지만 오름세가 크지 않았다. 지난해 구래역 앞에 입주한 ‘반도유보라 4차’ 아파트 전용면적 78㎡는 올해 4억3000만원으로 1년새 1800만원 올랐다.
전세금도 큰 변화가 없다. 현재 김포시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3.3㎡(1평)당 690만원대, 운양동 일대는 760만원대다.
김은숙 대박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그동안 교통이 워낙 불편했던 터라 전철 개통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출퇴근 환경이 얼마나 개선될 지 아직 예상할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수요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 “경전철 수송 능력에 한계…역사 주변 신축 단지는 수혜”
전철이 놓이면 역사 주변 집값이 들썩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전철은 교통개선 효과가 일반 지하철보다 떨어져 이 같은 움직임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김포한강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일산이나 파주 운정신도시는 입주 초부터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같은 지하철이 놓였지만 출퇴근이 힘든 건 비슷하다”며 “경전철 하나로 김포시 전체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했다.
경전철은 수송 인원이 일반 지하철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 김포골드라인은 2량으로 편성한다. 최대 탑승 인원이 172명에 불과하다. 김포도시철도사업단 관계자는 “신문을 볼 수 있을 정도의 혼잡율(150%)로 최대 수송인원을 계산하면 230명 정도”라고 했다. 최대 인원 기준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정원(약 1600명)과 비교하면 6분의 1에 그친다. 김포시 전체 인구는 43만여명, 이 중 신도시 주민만 10만명이 넘는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해도 출퇴근 시간대 도로 혼잡을 줄여주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포시가 대중 교통 오지였고 서울 서쪽으로 새 아파트가 부족해 한강신도시 역사 주변 새 아파트는 일부 집값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경전철 하나만으로 김포시 전체 입지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