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임대 수익 걱정없는 건물? BTS 기억하세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9.09.09 06:08 수정 2019.09.09 07:26

신지혜 STS개발 상무 "빌딩 기획 단계부터 핵심 세입자 고려한 맞춤 설계 해야"

“수익형 빌딩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용적률 꽉 채워서 짓기’, ‘점포 수 늘려서 임대료 많이 받기’ 등을 생각하는 건물주들이 많은데, 이제 이런 방법들은 안 먹힙니다. 빌딩을 어떻게 설계해야 임차인들이 좋아할지, 또 어떤 매장을 들여야 소비자들이 내 빌딩으로 발길을 돌릴지부터 생각해야 성공합니다.”

임차인, 소비자를 고려해 수익형 빌딩을 올려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신지혜 STS개발 상무


신지혜 STS개발 상무는 2002년부터 약 18년간 전국 곳곳에 상업용 건물을 기획·개발해 온 전문가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9기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강의에서 수익형 빌딩을 개발할 때 건물주의 입맛보다는 임차인과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차인들이 쓰기 편한 구조로 건물을 짓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매장을 입점시켜야 임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상무는 “온라인 쇼핑 발달로 오프라인 매장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건물주들이 나눠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라며 세입자와 소비자를 부르는 빌딩 개발 노하우에 대해 설명했다.

■수익형 빌딩 개발? ‘BTS’ 기억하세요

수익형 빌딩은 수요자 중심으로 맞춤 설계하는 'BTS' 기법으로 지어야 한다. /신지혜 STS개발 상무


먼저 신 상무는 빌딩 기획 단계에서 ‘BTS’를 기억하라고 했다.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얘기가 아니라, 업계 용어인 ‘Build To Shoot(수요자 맞춤형 개발)’를 줄인 말이다. BTS란 빌딩 기획 단계부터 핵심 세입자들을 물색해 임대차 계약을 먼저 맺은 후, 이들이 장사하기 편리한 구조로 건물을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예비 임차인들이 원하는 층에, 원하는 면적을 임대할 수 있게 공간을 구획하면 임차인들의 건물 사용 만족도가 높아지고, 재계약률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이다.

주차난이 심각한 서울 및 수도권에 짓는 수익형 빌딩이라면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신지혜 STS개발 상무


주차대수를 늘리는 것도 효과적인 BTS 방식 중 하나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한 서울·수도권에 있는 빌딩일수록 방문객들을 배려해 주차장을 넉넉하게 지어야 한다. 사업성을 극대화하려고 지하 1층에도 상가를 만드는 건물주들이 많은데, 요즘 세입자들은 지하 점포에 굳이 입점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공실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주차효율이 높은 지역에 있는 빌딩이라면 지하에 주차장을 충분히 넣고 주차비를 걷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 신 상무의 설명이었다.

그는 “건물을 수요자 맞춤형 방식으로 짓더라도, 용적률을 꽉 채워서 짓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핵심 세입자들이 필요에 따라 증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또 건물을 매각할 때 매수자들에게 ‘신축·증축해서 수익률을 높여볼 수 있다’고 제시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세입자도 세입자 나름이다…사람들 끌어모을만한 업종 들여야

내 건물에 어떤 세입자를 들여야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신 상무는 “아무리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매력 없는’ 오프라인 매장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요즘 소비자들이 어느 곳에 가서 지갑을 여는지 알고 있어야 어떤 임차인을 유치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상무에 따르면 최근 뜨고 있는 업종으로는 대형 서점, 공유오피스, 영화관, 개인창고 등이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스타필드. 쇼핑몰 중앙에 있던 매장들을 없애고 '별마당도서관'을 만들어 모객 효과 냈다. /신지혜 STS개발 상무


매력적인 세입자를 찾는 데 자신이 없다면, 건물을 ‘빅 블러(Big Blur)’ 형태로 바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좋다. 빅 블러란 매장·업종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스타필드가 빅 블러 기법으로 모객 효과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한복판 2800㎡ 규모 공간에 있던 점포들을 없애 임대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60억원을 들여 공용 공간인 ‘별마당도서관’을 만들었다. 건물 정체성이 쇼핑몰인지 도서관인지 애매해졌지만, 이 독특한 공간에 흥미를 가진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면서 별마다 도서관 개관 이후 스타필드의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신 상무는 “수익성이 높은 빌딩을 지으려면, 요즘 잘 나가는 수익형 빌딩들이 어떤 임차인을 유치했는지, 어떤 공간 구성으로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는지에 대해 건축주가 반드시 사전 트렌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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