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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가 34억까지…신축 아파트값 우려대로 '고공행진'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8.30 05:48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신축 아파트 가격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주요 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자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공식화하기 전부터 전문가들이 수 없이 예고했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국토교통부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적인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오른쪽). /조선DB


■강남북 가리지 않고…신축 아파트 ‘고공행진’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입주 5년 차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 15일 2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집값이 절정이었던 작년 9월 기록한 전고가 29억원을 넘어서는 신고가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온 이 아파트 매물 가격은 30억원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전용84㎡는 이달 28억 1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고,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아직 실거래가 등록은 되지 않았으나 같은 달 전용 84 ㎡가 23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의 상승세는 강남권뿐 아니라 강북권의 주요 아파트에서도 일제히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 래미안리버젠’ 전용 59㎡가 11억7000만원에,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가 15억8000만원에 팔려 각각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8월 신고가를 경신한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 /국토교통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새 아파트 가격이 뛰는 것은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짐에 따라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고 이에 따라 몸값이 오를 것임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매물을 구하려 나서고 있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는 호가가 3.3㎡(1평)당 1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전용 84㎡(옛 34평) 호가는 34억원 수준이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역시 호가가 30억원을 넘겼다.

올 7월 이후 입주 연차별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단위:%). /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 7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침을 발표한 이후 서울의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변동률은 다른 연차의 아파트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7월 말 이후로는 입주 20년 초과 아파트 대비 2~10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 예고된 부작용…국토부는 “분양가 낮추면 집값 안정”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분양가 상한제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지적됐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로 정책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데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상한제 실시로 서울 집값을 주도하던 재건축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당장 서울 전체 주택 시장 가격과 매수 분위기가 주춤할 수는 있지만 결국 새 아파트가 줄어들어 길게 볼 때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당정협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덕훈 기자


상황이 이런데도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분양가가 안정되면 청약 당첨자뿐 아니라 모든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이 주도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책에 대해서는 기재부는 물론 국토부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의 이번 정책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을 낸 민간경제연구 기관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없다.

김 장관이 주도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실제로 강세를 보이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경제 정책이라기 보다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행위’라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위헌 소지가 있고 주택공급 위축, 전월세 불안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데 국토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정책이 실패해 집값이 계속 오르면 정부는 ‘투기꾼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며 빠져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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