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세 상승기 끝났다…앞으론 이 18곳 주목해라"

재테크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8.13 06:18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 강남 등 입지 좋은 부동산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대세 상승기가 끝난만큼 이제는 좋은 입지를 갖춘 부동산을 선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발간한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지혜로)’에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목해야 할 18곳을 실수요자 입장에서 분석했다. 서울 종로·용산·은평·도봉·금천·강남·송파구와 인천 연수·서·남동·부평구, 그리고 분당·일산·과천·남양주·김포·용인·광명시 등이다. 이 책은 2014년 발간해 김 소장을 부동산 입지 분석 전문가로 주목받게 한 ‘부자들만 알고 있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의 최신 개정판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땅집고 인터뷰에서 "시장이 나빠도 좋은 곳은 계속 오른다"고 했다. /심기환 기자


―5년 전과 지금 시장을 비교하면.
“수도권 18곳의 입지를 처음 분석했던 2013년은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바닥을 치던 때였다. 당시 책을 내면서 ‘가격보다 가치와 미래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하다.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시장에서는 가격만 보고 투자해도 된다. 심지어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갭·gap)만 보고 투자해도 크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최근 갭 투자로 200채를 매입한 투자자가 파산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대세 상승이 끝나고 조정기일수록 입지와 미래 가치에 주목한 투자를 해야 한다. 시장이 안 좋아도 입지가 좋은 지역은 계속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미래 가치가 있는 지역은 .
“5년 전 초판에서 미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지목했던 대표적인 곳이 종로구 교남뉴타운(경희궁 자이)이었다. 당시 분양가가 3.3㎡(1평)당 2300만원이었는데 강북 아파트치고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실제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현재 이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분양가의 배 이상인 4800만원으로 뛰었다.

2013년 고분양가 논란으로 미분양됐지만 5년만에 집값이 두배로 뛴 경희궁 자이 아파트./조선DB


강남구 개포동도 마찬가지다. 2013~2014년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나 디에이치아너힐스가 평당 3000만원 초반에 분양했는데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금 시세는 2배 오른 평당 7000만원이 됐다.
책을 쓸 때 아파트나 지역의 매매가격을 분석하지 않았다. 부동산은 가격이 아니라 입지와 상품의 실거주 및 미래 가치를 보고 매입하는 상품이어야 한다. 현재 주변 시세보다 높아도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적정 가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사례가 무수히 많다.”

―현 시점에서 미래가치가 있는 지역은.
“서울 종로는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 종로는 1394년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한 이후 서울 중심지였다. 1970년대 강남으로 중심지를 넘겨줬지만 여전히 내공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경희궁자이’처럼 대규모 개발로 환경 변화만 이뤄지면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 주목할 곳은 재개발 구역인 사직2구역이다. 현재 서울시와 소송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런 문제만 해결되면 양질의 주거지로 변화할 수있다.

여전히 서울 중심지로 미래 가치가 높은 종로구 사직2구역 일대. /조선DB


서울 도봉구는 현재 관심을 못받고 있지만 미래에 가치가 높아질수 있는 지역이다. 창동 역세권 개발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동북선 경전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등으로 교통이 개선되며 상계주공 등 아파트 재건축으로 양질의 주택까지 들어오는 지역이다.”

―풍수지리에 대한 설명이 많다. 과학적 근거가 있나.
“옛부터 풍수가 좋다는 의미는 살기 좋은 환경을 말하는 것인데, 현대적인 표현으로는 주거 환경이나 입지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예를 들어 풍수가 좋다고 하는 수(水)공간과 녹지공간이 많은 지역인 용산구나 압구정동 같은 한강변은 지금도 집값이 비싸다.

풍수에는 불리한 지리적 환경을 극복하는 비보(裨補)라는 것이 있다. 현대에도 입지 여건을 좋게 만드는 인위적인 행동들이 여전히 효과가 크다. 종로구에 청계천을 만든 것이나 용산공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용산구 집값이 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 뿐 아니라 인문환경을 좋게하는 것도 현대적인 의미의 비보책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혐오시설을 제거하면서 주거 환경이 급격히 좋아진 청량리가 있다. 사창가를 없애고 개발한 ‘롯데캐슬 스카이’와 동부청과시장 자리에 만든 ‘한양수자인192’ 아파트는 혐오시설을 양질의 주거 시설로 개선하면서 인위적으로 ‘명당 자리’를 만들어낸 사례다.”

―살기 좋은 곳이 가격도 오르는 입지라고 보면 되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면서 이른바 투자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의미가 없다. 실수요가 많은 곳이나 많아질 곳에 투자자가 몰려들기 마련이다. 결국 같은 말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에게도 입지 분석이 필수다. 지난 몇 년간 상승기에는 싸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갭이 작다는 이유만으로도 묻지마 투자가 가능했다. 지방에도 이렇게 투자 수요 때문에 가격이 오른 곳들이 있다. 하지만 조정기 때 가격이 빠져서 회복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조정기에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곳, 그리고 앞으로 실수요가 늘어날 지역에 주목해야 한다.”

―임장을 통해 좋은 입지를 골라내는 노하우는.

자가 거주자들이 많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조선DB


“지역을 분석할 때는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를 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같은 경우 준공 40년이 넘어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데도 실거주자들이 이사를 안간다. 보통 재건축 아파트 주인은 집을 세놓고 본인은 다른 곳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압구정 현대는 자가 거주자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압구정동 대신 선택할 대안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자들이 나가지 않으려고 하고 외부인들은 들어오고 싶어하는 입지는 가격이 절대 떨어질 수 없다.

반대로 대치동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이 아파트를 팔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서 산다. 대치동도 좋은 곳이지만 역삼·잠실·도곡·반포동 등 대안이 될 만한 곳이 많다. 반대로 도봉·금천구 같은 곳은 거주자들도 어떻게든 돈을 모아 다른 상급 입지로 이사하려는 지역이다. 임장할 때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자가(自家)와 임차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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