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곳에 집 사라" "지금 사면 낭패" 여의도 학파 격돌

재테크 김리영 기자
입력 2019.08.06 05:49

“강남에 집을 왕창 지으면, 강남 집값이 떨어질까요? 오히려 살기 좋아져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까요? 집값을 결정하는 것은 가구나 인구수가 아닙니다. 집을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즉 수요가 결정합니다” (이광수 미래에셋 수석연구원)

“직주근접 등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곳에 새 아파트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그 지역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이기 때문이죠.”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부동산 불패신화, 여기서 끝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왼쪽부터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패널),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패널), 이석우 조선일보 땅집고 기자(사회자).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부동산 불패신화, 여기서 끝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는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 2명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두 사람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와 이광수 미래에셋 연구위원이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두 사람은 이른 바 부동산 시장의 ‘여의도 학파’로 불린다.

■ 서울 집값, 왜 급등했다가 하락했을까.

이광수 미래에셋 수석연구원.

두 패널은 토론 초반 기조발언에서부터 서로 다른 의견을 펼치며 맞붙었다. 올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이광수 연구위원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으로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봤고, 홍춘욱 교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가격이 조정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아파트 자본 투입 대비 수익률 변화. / 미래에셋 리서치센터

이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분기별 실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거래가 크게 감소하고 가격이 조정받고 있다”며 “수요가 감소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부동산 시장에 집을 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집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유효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리가 내려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릴 수 없는데, 어떻게 금리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홍 교수는 “경제성장률의 대리변수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동행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때보다는 낮고 2002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때 이후 최저치”라며 “경기불황 때문에 집값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동행지수와 주택가격의 상관관계 및 추이. / 통계청,KB부동산


집값이 오른 이유에 대해서도 두 패널의 의견은 엇갈렸다. 홍 교수는 “주택 착공량이 부동산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데, 3년 연속 우리나라 주택 착공 실적이 마이너스로 앞으로 우리나라에 새로 지은 집이 희소해져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느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택 공급이 부족한 곳, 또 그곳에 사람들의 직장이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한다면 그런 곳이 바로 집값이 오를 지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집값이 많이 오르는 곳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그동안 많이 하락했다는 것”이라며 “최근 2~3년간 강남 집값이 많이 상승한 이유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집값이 많이 하락해 오를 때가 된 것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수도권에 어떤 영향 미칠까.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하려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갈렸다. 이 연구위원은 “투자 수익률을 줄이는 분양가 상한제는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당분간 투자 매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수도권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의견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반대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거나 ‘1+1’ 재건축 등 다른 방식으로 신축 아파트가 증가할 방법이 많다”고 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

반면, 홍 교수는 과거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후 공급이 확 줄어들었던 역사가 있다며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발언이 나온 이우 시장에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심리가 영향을 미쳐서 오히려 신축 단지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고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대해서는 홍 교수도 보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재건축 아파트 보다는 희소성이 강해진 신축 아파트와 직주근접 지역의 아파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건축 가격 안정을 목표로 삼고 규제를 하는데, 구태여 이 규제에 맞설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 위원은 강북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은 결국 ‘재개발 사업’과 같은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면, 정부가 밀고 있는 도시재생의 일환인 재개발 사업의 속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 앞으로 10년,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홍 교수는 부동산 투자를 할 때는 철도망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평균 통근시간이 가장 길어 교통망이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수도권은 도로가 많이 개통해도 금세 자동차가 그 도로를 점령해 버리는 구조여서 도로 확충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통근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여주는 전철·철도망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 도심과 경기남부를 잇는 신분당선 주변 지역의 주택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글로벌 부동산 지수. / 미래에셋 리서치센터

이 연구위원은 지금은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기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장기적으로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투자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 부동산은 가격은 높아졌고, 변동성 커졌고, 거래량은 줄고 있다”며 “당분간 수도권 부동산은 투자 목록에서는 제외해야 할 위험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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