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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피하니 또 다른 산이…재건축 단지 진퇴양난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8.05 09:46 수정 2019.08.05 18:24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지역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가려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이 다시 선분양으로 돌아설 전망인 가운데 일부 단지는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으로도 분양이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HUG의 분양가 심의 기준도 현실적인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 둔촌 주공, 흑석3구역 등 정비사업 분양가 책정 난항

재건축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의 모습./조선DB

대표적인 곳이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다. 둔촌 주공 아파트는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 가구수가 1만2032가구, 조합원 물량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4787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기준이 나와봐야겠지만 일단 이 아파트는 올해 10~11월쯤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어 일단 상한제 적용은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HUG 기준으로도 분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강화된 HUG의 새 분양가 기준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26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둔촌 주공 조합이 2016년 관리처분 당시 산정한 일반분양가 3.3㎡당 2748만원(부가세 별도)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조합 측은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3.3㎡당 3500만원대에 분양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HUG는 가장 최근 분양단지인 강동구 ‘고덕 자이’의 분양가(3.3㎡당 2445만원)와 강동구 일대 평균 시세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둔촌 주공의 분양가가 3.3㎡당 2600만원대에 책정될 경우 조합 희망 분양가보다 3.3㎡당 800만∼900만원 낮아져 조합의 예상 수입도 9000억∼1조원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증가도 불가피하다.

건설업계는 현행 분양가 상한제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분이 3.3㎡당 2500만원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둔촌 주공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둔촌 주공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시세가 3.3㎡당 4300만∼4500만원을 웃도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고덕동 시세를 준용해 2000만원대 중반에 분양하라고 하니 조합 측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며 "분양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HUG의 분양가 산정 기준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관리처분 이후 수차례의 설계변경과 마감 수준 업그레이드로 관리처분 당시보다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전망인데 HUG 규제 등으로 일반분양가가 턱없이 낮아지면 사업 구도를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단지도 초비상이다. 흑석3구역 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당초 HUG와 3.3㎡당 3200만∼3300만원 선에 분양가 협의가 오가다 지난달 24일 HUG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건설업계와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HUG의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220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흑석동 일대 새 아파트 시세(3.3㎡당 4500만∼5000만원) 대비 절반 수준이고, 조합 요구에 비해서도 3.3㎡당 1000만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흑석3구역의 한 조합원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땅값을 시세의 절반 수준인 공시지가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강남은 물론이고 비강남권의 재개발 단지도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 초기 정비사업들은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 등 변화되는 환경에 맞춰 사업 구도를 재편하면 되겠지만 이주까지 마치고 일반분양이 임박한 단지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 강남·서초는 HUG 기준 적용해도 문제없어…마감·설계 변경 이어질 듯

똑같이 일반분양이 임박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오히려 강남·서초권역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현재 강남구의 경우 올해 4월에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 3.3㎡당 4569만원으로, 하반기에 분양하는 단지들은 이 금액을 적용받는다.

당장 분양을 앞둔 삼성동 상아2차나 개포동 주공1단지 등이 상한제를 피해 이 금액에 맞춰 분양해도 사업 추진에는 별문제가 없다. 서초구는 상황이 더 양호하다. HUG가 지난 5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의 분양가를 3.3㎡당 4687만원까지 높여주면서 서초구 일대 아파트는 3.3㎡당 4000만원대 후반 가격에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초구에서는 앞으로 방배동 방배5구역,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등의 분양을 줄을 잇는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HUG 기준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지만 관리처분인가 금액보다는 높기 때문에 상한제를 피해 선분양을 하더라도 사업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의 안정적인 관리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현재 HUG 기준을 적용한다면 송파 잠실과 거여동, 강남 수서와 압구정동의 분양가가 똑같아야 한다는 논리여서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반대로 획일적 기준 때문에 앞서 서초 방배그랑자이나 일원 디에이치 포레센트처럼 일부 단지는 어부지리격으로 분양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는 문제가 있어 현행 기준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양가 비교 대상을 '구' 단위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하지 말고 '거리' 우선으로 바꾸거나 위치나 입지를 병행 검토하는 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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