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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짜리 아파트 짊어지고 끙끙…정말 행복한가요?"

재테크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8.01 05:23

“강남 사는 사람이나 지방 사는 사람이나 먹는 것, 입는 것 다 똑같습니다. 집값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자기 인생이 불행해질 뿐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부동산 트렌드 및 대처법’이라는 제목으로 아파트와 주택 투자 방법에 대해 강연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박 위원은 이날 강연에서 재테크 전략보다 ‘집값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기’라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청중의 호응을 얻었다.

■ “비싼 집 한 채 짊어지고 끙끙대며…정말 행복한가?”

박 위원은 현재 서울 중심으로 집이 소비 대상이 아닌 자산 축적 대상이 되면서 집값이 개인의 스트레스뿐 아니라 가정 불화, 그리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억짜리 집을 갖고 살면서 직업 딜러처럼 매도 매수 타이밍을 고민하고 살면 우울해진다”며 “아파트 한 채 짊어지고 쓸 돈 안 쓰고 끙끙대며 사는 게 행복이라고 착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 같은 현상이 “아파트값으로 삶을 줄 세우는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30억짜리든 3억짜리든 집값 빼면 삶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하루 세끼 밥값도 비슷하고 몇만 원짜리 옷 입고 가끔씩 해외 여행 가는 것도 다 똑같이 사는데 집값 때문에 스스로 불행해질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오종찬 기자

박 위원은 서울 시민들은 집을 사는 곳(home)이 아니라 사는(buy) 것, 즉 투자 대상으로서의 집(house)으로만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 균형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집값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단기적인 등락 타이밍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집을 샀는데 가격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집을 팔았는데 가격이 오른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고 가정 불화까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박 위원은 “이것이 집을 ‘필요’에 의해서 사지 않고 ‘욕망’에 의해서 사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집값보다 집이 필요하면 사고, 필요 없으면 판다는 원칙을 세우면 집값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 인구감소·기후변화·AI시대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집값에 대한 스트레스를 벗어난다 해도 시대적 변화에 따른 큰 흐름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박 위원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트렌드로 ▲인구 감소 쇼크 ▲기후 변화 ▲ AI 시대의 도래 3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인구 감소로 아이와 젊은이가 줄고 노인 비중이 늘어난다. 노인들은 소비 규모가 작은만큼 상권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상가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조시스템을 잘 갖춘 도심권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 강해진다는 예상이다. AI시대가 되면 인간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인류의 삶이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지금보다 분배주의적인 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과세 비율이 점점 늘어나 다주택 보유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박 위원은 하반기 이후 집값 전망에 대해 ‘서울 강보합, 인천·경기 보합’을 예상했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 압력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출을 비롯한 규제가 많다. 또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많은 실수요자들이 분양받기 위해 주택 매입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 강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집값 상승기에 집을 사지 못했다는 ‘배아프리즘’과 분노를 벗어나라”면서 “어떤 삶이든 집값 빼고는 큰 차이가 없지 않느냐, 자기 존재를 긍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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