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분양 광고가 말하지 않는 사실과 정보’만을 모아 집중 분석해 보는 ‘디스(This) 아파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분양 상품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시리즈 세번째는 경기 과천시에 처음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는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다.
[This 아파트] ‘3.3㎡ 당 4000만원’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과천 푸르지오 써밋’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려는 후분양 아파트가 분양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가 지난 30일 1순위 청약을 받았다. 이 단지는 지상 최고 28층 32개동에 총 1571가구로 이 중 506가구를 일반 공급한다. 이 아파트는 HUG의 고분양가 관리 규제를 피해 후분양하는 단지다.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고 후분양을 고려하는 단지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 아파트 분양 성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정부도 이 아파트 분양가와 분양 성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서 다섯 정거장 떨어져 있어 서울 강남이 가깝다. 단지 뒤편에 관악산이 있다. 학군도 우수한 편이다. 여러 면에서 강점이 있다. 다만 분양가격이 싸지 않다. 이미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이 아파트 분양가격은 3.3㎡(1평)당 평균 3998만원이다. 과천시내 최고 수준일뿐 아니라 서울 강남 외곽의 아파트 평균 가격을 뛰어넘는다. 조합 측은 강남을 대체할 고급 아파트로 짓겠다고 한다. 과연 이 아파트는 강남을 대체할 아파트가 될 수 있을까.
■분양가 2년 전보다 3.3㎡당 700만원 올라
2017년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HUG에 3.3㎡ 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조합은 ‘후분양’을 결정하고 같은 해 아파트 공사를 시작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골조 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한 경우 2개 사업자의 연대보증을 받으면 HUG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다. 분양보증은 아파트를 짓다가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나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아파트 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되면 사고 위험이 적다고 보고 분양 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과천 푸르지오써밋’ 골조 공사는 3분의 2이상, 전체 공정은 55% 정도 진행됐다. 시공사 연대보증을 받아 분양보증 없이 분양이 가능하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는 3.3㎡당 평균 3998만원. 2년 사이 분양가가 3.3㎡당 평균 685만원 상승했다. 과천시 새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공1단지 맞은 편에 작년 7월 준공한 래미안센트럴스위트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13억원에 실거래됐다. 전용면적118㎡는 15억9000만원에 매매해 과천주공 1단지 분양가와 거의 비슷하다. 서울 강남과 비교하면 외곽인 송파구 신천동이나 강남구 수서동 일대 아파트 평균 가격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 후분양인만큼 선분양 아파트의 분양가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똑같이 주변 아파트 시세와 맞춘 평당 4000만원대 분양가라고 해도, 선분양의 분양가 4000만원은 비싼 가격이지만 후분양의 분양가 4000만원은 그렇게까지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선분양하면 입주까지 2년 동안 금융비용이 발생하지만 후분양은 입주 시점과 가까워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청약에 도전하려면 여유 자금이 필수적이다. 이 아파트는 모든 주택형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다. 입주까지 8개월밖에 남지 않아 세 차례에 걸쳐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 다만 대우건설과 조합 측은 중도금 유예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차 중도금 1000만원을 내면 중도금 60% 중 나머지 금액은 모두 입주 시까지 연체 이자율 5.5%로 납부 유예가 가능하다. 후분양 단지여서 중도금 유예 기간이 길지 않다. 8개월 뒤 10억원 가량의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자금 계획이 있어야 한다.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도로망 놓이면 강남 10분대 진입
과천에서는 주공1~12단지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도 예정돼 있다. 서울 강남 접근성과 학군,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과천 푸르지오써밋은 과천 중심부다. 아파트 남북으로 지하철 4호선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이 붙어있다. 과천역에서 강남역까지는24분 정도 걸린다. GTX-C 노선이 개통하면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양재역까지 약 3분, 삼성역까지 약 7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반면, 도로 교통은 약점이다. 과천에서 사당을 지나 강남까지 이동하는 도로(과천대로)의 교통 정체는 악명 높다. 이수~과천 복합 터널(5.4km), 과천~우면산간 도로 지하화(2.7km), 과천~송파 민자도로 연장(3.4km) 등 도로망 신설 계획이 있지만 언제 완공될지 불확실하다. 입주 후에도 당분간 서울로 향하는 도로 교통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 골조 공사만 끝나 아파트 내부 확인은 불가능
이 아파트 전 가구는 남향 위주(남동·남서향)이고 관악산을 조망할 수 있다. 채광과 전망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4베이 판상형이 전용면적 59㎡ 일부에, 5베이 판상형이 전용면적 84㎡ 일부에 적용됐다. 단지 내부에는 레인 3개를 갖춘 수영장이 있다. 아파트 최상층엔 스카이라운지와 스카이 게스트하우스를 설치한다. 가구당 거실과 침실에 하나씩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도 제공한다.
문제는 후분양이라고 해도 건물 외관만 볼 수 있을뿐 집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 선분양 아파트처럼 내부는 견본주택에서 확인해야 한다. 견본주택에도 총 18개 주택형 중 59B1형, 84C1형, 131A1형만 전시돼 나머지 주택형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일부 주택형은 판상형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타워형도 있어 청약 전에 주택형을 잘 살펴봐야 한다.
유상 옵션인 발코니 확장은 선택권이 없다. 입주자모집공고에는 발코니 확장이 선택 품목으로 나와있지만 금액 표 아래 작은 글씨로 ‘발코니 비확장을 선택할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발코니 확장 금액은 가구당 1700만~3000만원대다. 분양 회사측은 견본주택을 찾은 손님들에게도 “공사가 이미 진행됐기 때문에 발코니 확장은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부분을 양해해달라”고 하고 있다.
└시간을 거스른 90일 창조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