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이나 종로 상권은 과거 임대인(상가 주인)들의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비싼 임대료를 내더라도 입점하겠다는 임차인이 줄을 섰다. 하지만 이제 두 곳은 빈 점포가 늘어나며 유령 상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 불황과 소비 패턴, 유행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콧대 높은 임대인들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사가 어려워진 임차인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높은 임대료를 고수한 결과라는 것이다.
■ 임대료 낮추면 상가 가치도 떨어질까?
점포주는 보증금과 월세가 상가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생각이 강하다. 대다수 점포주는 월세를 낮추면 본인 소유 상가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을 염려한다. 임대료를 내렸다가 건물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점포주가 임대료를 낮춰 재계약하면 정말 상가 가치도 함께 떨어지게 되는 걸까? 현실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멀리 내다보고 임대료를 조율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줄일 수 있다.
■ 짧은 공실이라도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00만 원을 받는 상가에서 임대료를 낮추야 하는 상황과 새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각각의 손실을 비교해 보자.
먼저 임대료를 낮추는 경우다.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00만 원을 내고 있던 임차인이 경영상 이유로 월세의 13%, 즉 40만 원이 낮아진 260만 원에 계약을 요청했다고 가정해보자.
①임대료를 깎아줬을 경우
월 40만원의 임대료를 인하하면 점포주는 계약 기간 2년 동안 총 96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②임대료를 유지하는 경우
당장의 손해가 싫은 점포주가 새 임차인을 찾아 종전과 같은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새 임대차계약을 맺기 위해 지불해야 할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계산해야 한다. 상가 중개수수료 계산식에 보증금과 월세를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공실 기간과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손실 금액이다.
다음으로 새 임차인을 구하는 구하는 동안 발생하는 공실에 따른 손실이다. 공실 기간에 따라 ‘월 임대료(300만원)×공실 월’만큼 손실이 생긴다. 만약 두 달 공실이 생기면 중개수수료(315만 원)와 두 달치 임대료(600만 원)를 합해 총 915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여기에 공실 시 기본 관리비도 점포주가 지불해야 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달안에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기존 임차인 임대료를 낮춰주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 “공실 지속으로 인한 이미지 하락이 더 무서워”
상가 투자에서 임대료 인하보다 더 큰 문제는 공실에 따른 상가 이미지 추락이다. 주거용과 달리 상가는 눈에 띄기 쉬운 곳에 있어 2~3개월 공실이 발생하면 상가 전체가 쪼그라든다.
이렇게 되면 임대 계약에서 점포주보다 임차인이 우위에 서게 된다. 결국 이전 임차인이 요구한 260만 원보다 더 적은 임대료로 계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가는 권리금이 없고 오래 비어있을수록 새 임차인 유치하기가 어렵다. 반면 운좋게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 임차인이 바로 문을 두드려 온다면 상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니 이 경우에는 새 임차인을 유치해도 무방하다.
■ “공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대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상가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상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자주 방문해 본인이 소유한 상가 가치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하며, 월 임대료가 시세보다 높거나 낮다면 가능한 한 빨리 임차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임대료가 주변보다 과하다면 미리 대비해야 공실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야만 상가, 그리고 상권 전체의 장기적인 수익률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건물 한번 올리고나면 10년은 늙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