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GO]
목조주택 오해와 진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양산신도시. 부산지하철 2호선 증산역에서 증산 방면으로 100여m 걸어가면 지상 2~3층짜리 단독주택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있는 A씨 단독주택은 언뜻 보면 일반 벽돌집이나 콘크리트집과 다를 바 없다. 외벽에 벽돌과 돌가루를 착색해 만든 스타코를 썼다. 지붕도 세라믹 재질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바닥 기초를 제외한 벽체, 지붕 등 모든 뼈대를 나무로 만든 것. 겉으로는 나무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이 집을 시공한 김형섭 마고퍼스종합건설 대표는 "공사비를 줄이고 단열(斷熱)과 환기에 유리하도록 경량목구조 방식으로 지었다"고 했다. 경량목구조란 2×6인치 경량 목구조재를 약 40㎝ 간격으로 세워 벽체를 세우고, 목구조재 사이에 고밀도 단열재를 채워 벽체를 완성하는 방식. 우리나라 목조주택은 대부분 이 방식으로 짓는다.
A씨가 단독주택을 짓기로 맘먹었을 때 원한 건 남다르지 않았다. 아파트를 팔고 도시 근교에서 층간소음 걱정 없이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마당과 세 식구만의 오붓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고른 곳이 양산신도시였다. 총 예산은 10억원 정도로 잡았다. 우선 땅 335㎡(약 101평)를 사는 데 6억원쯤 들었다. 건축비는 4억원 안팎으로 맞추고 싶었다.
이때 김형섭 대표가 그에게 목조주택을 제안했다. 이른바 가성비(價性比·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것. 김 대표는 "목구조가 철근콘크리트보다 보통 건축비는 15~25% 저렴하지만 단열 성능은 더 뛰어나다"고 했다. 동일한 단열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열재 두께가 콘크리트는 목조주택의 2배 정도 돼야 한다. 자재가 덜 드는 만큼 시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콘크리트 주택보다 작업 공정이 간단해 공사 기간이 1~2개월쯤 짧고 친환경 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A씨는 처음에 반대했다. 관리비를 걱정했다. A씨는 "목조주택은 지을 땐 좋은데 3~4년만 지나면 월 관리비가 100만원이 넘게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제대로 지은 목조주택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면서 오히려 관리비가 덜 든다고 설득했다. 나무는 습도조절 기능이 탁월해 구조체에 결로(結露)가 생기지 않고 집안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A씨 집도 난방비 포함 관리비가 월 20만원대다.
문제는 시공을 잘못하면 겨울에 월 100만원대의 관리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 웰빙 바람을 타고 분당, 일산 등 서울 근교에 목조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섰다"면서 "이때 지은 목조주택에서 문제가 많다"고 했다. 1년 내내 건조하거나 더운 기후에서 발달한 외국 목조 건축 기술을 마구잡이로 들여온 탓에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았다는 것. 단열 성능이 오히려 떨어져 냉난방비가 많이 들고 관리하기 까다롭다는 편견이 자리 잡은 배경이다.
◇비싼 단열재가 답은 아냐… 공기 흐름까지 잡아라
경기도 분당, 판교 등지에서 목조주택 100여채를 지은 김 대표가 목조주택 시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단열이다. 김 대표는 "무조건 좋은 단열재를 많이 사용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우수한 단열재와 함께 열이 머물러야 할 공간에는 머무르게 하고, 적절하게 빠져나가도록 하는 환풍구 시공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목조주택의 단열과 환기 시스템을 제대로 시공할 숙련된 목수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목조주택 시공의 리스크로 꼽힌다. 유리섬유 단열재를 쓰지 않으면 화재와 소음에 취약할 수 있고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약한 것도 근본적인 한계다.
A씨 집의 건축비는 3.3㎡(1평)당 630만원, 총 4억1000만원쯤 들었다. A씨는 땅값 포함 10억원 정도 자금을 투입했다. 이런 집을 수도권에 지으려면 2배 정도 자금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서울 근교는 지방보다 땅값이 2~3배쯤 비싼 점을 감안하면 건축비 포함해서 20억원 이상은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