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박 꿈꾸다 쪽박…공실 폭탄에 우는 광교 법조타운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9.07.17 05:32

[편집자 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작년 말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중·대형 기준 10.8%)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는 ‘벼랑 끝 상권’ 시리즈를 통해 몰락하는 내수 경기의 현실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이번 현장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 조성된 ‘광교 법조타운’이다.

[벼랑 끝 상권] ⑤ "비싼 델 굳이?" 법조인 외면에 파리 날리는 광교 법조타운

지난 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광교 법조타운’. 지난 3월 신설된 수원고법과 수원고검, 수원 원천동으로부터 옮겨온 수원지법과 수원지검이 들어선 법원·검찰청 종합청사가 자리잡고 있다. 청사 앞 대로변에는 지상 7~8층 규모 대형 상가 건물 10여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수원지방법원 앞으로 대형 오피스 상가가 들어섰지만 1층부터 점포가 비어있다. / 김리영 기자


그러나 이 상가들은 낮 시간인데도 오가는 행인이 거의 없어 썰렁했다. 건물 외벽에는 ‘임대 문의’를 알리는 현수막과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부분 상가 1층은 카페와 음식점이 절반쯤 입점했지만 나머지 점포 절반은 비어있었다.

법조타운 내부에 건물 외벽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 김리영 기자


실제 광교 법조타운에서 가장 큰 A상가는 2017년 7월 입주를 시작했다. 이 건물은 최고 10층 4개동에 점포는 550 여개다. 하지만 상가 1층 안내도에 이름이 적힌 점포는 147개에 불과했다. 현재 전체 점포의 60% 이상이 비어있다.

광교 법조타운은 올 3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4개월 다 되도록 이 지역 상가 점포는 절반 이상이 비었다. 공실률이 70% 넘는 건물도 있다. 분양 당시만 해도 건설사와 분양회사는 “법조타운은 변호사나 법무사 같은 특수한 임차 수요가 있어 임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딴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 옛 법조타운보다 임대료 2배 비싸

광교 법조타운 상가는 배후 수요가 적지 않다. 법조타운 규모가 제법 크기 때문이다. 수원법원종합청사는 연면적 8만 9411㎡에 지상 19층, 수원고검·지검 청사는 연면적 6만 8231㎡에 지상 20층 규모다. 신설된 수원고검은 경기남부 지역 19개 시·군 840만 인구를 담당한다. 관할 인구로는 서울고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함께 신설된 수원고등법원도 경기 남부지역 21개 시·군을 관할한다.

수원법원종합청사와 검찰청 건물. / 김리영 기자


법조타운 규모가 크다 보니 지난 1~2년 간 법조인 등을 겨냥한 업무시설과 상가로 된 대형 오피스 건물이 10여 채 들어섰다. 상가 분양가는 1층 대로변 50㎡(15평) 기준으로 3.3㎡(1평)당 약 3500만~4500만원대로 경기권에서는 매우 높게 형성됐지만 초기에 대부분 분양이 끝났다.

법조타운 내 규모가 가장 큰 상가. / 김리영 기자


업계에서는 법조타운 규모가 큰 만큼 상가 임차 수요도 많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본 결과, 상가 수요 기대만큼 많지 않고 임대 성적도 시원찮은 상황이다. 분양가가 높다보니 건물주는 임대료를 그만큼 높게 책정했는데, 핵심 수요층으로 기대를 모았던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들이 사무실 이전을 기피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교 법조타운 대로변 1층 상가 전용면적 50㎡ 기준으로 현재 월 임대료는 350만~400만원이다. 3.3㎡당 23만~26만원 수준이다. 그나마 작년 하반기보다 20% 정도 낮춘 것이다. 하지만 수원에서 가장 노른자로 꼽히는 수원역 일대(3.3㎡당 22만여원)보다도 높다. 더욱이 수운 원천동의 옛 법조타운과 비교하면 임대료가 2배 정도 비싸다. 광교신도시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가 주 수요층인 변호사나 법무사 수입이 예전 같지 않아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갑자기 임대료만 두 배씩 뛰어버리니 이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옛 법조타운과 가까워 굳이 옮길 이유도 없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원천동 옛 법조타운이 새로 생긴 광교법조타운과 직선 거리로 2~3㎞로 그리 멀지 않다는 것. 자동차로 5~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이 있었던 경기 수원시 원천동에 있는 옛 법조타운. / 김리영 기자


원천동 법률사무소에서 40여년 간 사무장을 지내온 신동훈씨는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법원 옆에 있으면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다”며 “요즘은 기본적인 법률업무는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법원 옆에 있다고 엄청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 로펌이 아닌 이상 400만원 씩 월세를 내면서 법원 옆으로 갈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기존 사무실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수원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444명인데, 현재 239명의 변호사만 광교 법조타운으로 옮겨갔다. 여전히 절반 정도는 현재 터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김세란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팀장은 “기존에 있던 법조타운과 비교할 때 임대료 차이가 워낙 크고, 기존 법조타운도 멀지 않아 큰 불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보다는 법무법인 혹은 여러 변호사들이 함께 운영하는 사무실 간판이 많았다. / 김리영 기자


■ 유동인구 적은 항아리 상권이라 회복 쉽지 않아

광교 법조타운은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광교 중앙공원이 둘러싸여 이 지역 근무자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각종 소비 활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업계에선 이런 곳을 ‘항아리 상권’이라고 부른다. 항아리 상권의 장점은 기존 근무자나 소비자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 반면 외부 유동 인구가 유입되는 것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광교 법조타운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경우다. 광교 법조타운 근무자가 예상처럼 많지 않고, 외부 유동 인구 유입도 적어 상권이 살아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교 법조타운 위치. / 네이버 지도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 이사는 “광교 법조타운은 ‘법’이라는 분야에만 제한된 지역이어서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고 애초부터 오피스 수요도 과대 예측돼 공급이 과잉된 상황”이라며 “지리적으로 고립돼 다른 상권과 섞이거나 유동인구 추가 유입이 힘들어 당분가 상가 공실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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