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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산다, 각설탕 건물은 5년째 공실률 '0'

뉴스 이지은 땅집고 기자
입력 2019.07.10 02:39 수정 2019.07.10 07:45

[땅집GO] 각설탕 건물, 달콤한 인기 비결은

경기도 이천시 중리동에 지은 지상 5층 상가주택 '슈거 럼프(Sugar Lump ·각설탕)'. 이름처럼 네모난 각설탕 여러 개를 엇갈리게 쌓아놓은 듯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모난 상자 모양의 주변 다세대·다가구주택과 확실히 대비된다. 2014년 완공해 5년 남짓 지났는데 디자인이 워낙 독특해 이 건물을 모르는 동네 주민은 거의 없다.

'슈거 럼프'는 실속도 좋다. 현재 지상 1~2층 상가(6실), 3~5층 다가구주택(6가구)은 모두 꽉 찼다. 건물을 다 짓기도 전에 세입자를 100% 구했다. 이후 5년여 동안 공실률이 '제로(0)'다. 요즘 이천에는 세입자를 못 구해 애를 먹는 상가주택이 많다. 2016년 10월 경강선 철도 이천역이 개통하자 역 주변으로 상가주택이 일시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슈거 럼프'는 만실(滿室)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1~2년 전부터 상가주택을 지어 임대 수익을 올리려는 건축주들이 부쩍 늘었다"며 "상가주택 시장도 이제 사실상 포화 상태여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역발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만나 상가주택 차별화 방법을 들어봤다.

톡톡 튀는 디자인과 철저하게 세입자를 배려한 공간 설계로 5년 넘게 공실률이 전혀 없는 상가 주택 ‘슈거 럼프’. /유타건축사사무소 제공

―대다수 건축주가 '슈거 럼프'처럼 튀는 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실제 '슈거 럼프' 건물주도 처음 설계도를 건네받고 걱정했다. '조용한 동네에 짓는 건물치고는 외관이 너무 튀는 것 아니냐'고 했다. 특이한 건물은 세도 잘 안 나가고, 나중에 되팔기도 힘들 것이란 오래된 편견도 깔려 있었다.

건물주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 상가주택 5~6개가 들어서고 있는데 적어도 그런 건물들과 차별성을 둬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지금까지 상가주택 성공 요소로는 입지와 학군이 첫손가락에 꼽혔다. 모두 건축주가 바꿀 수 없는 요소들이다. 대신 디자인을 차별화하면 건물에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다."

―외관 디자인 차별화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내부 공간을 설계할 때 세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건물의 모든 공간을 똑같은 구조와 크기로 나누면 공사비는 적게 든다. 관리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공간 자체의 매력은 확실히 떨어진다. 세입자들이 기꺼이 월세를 지불하고 싶어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슈거 럼프'는 모든 가구에 오픈 발코니를 넣었다. 건물 용적률은 약 250%인데 발코니까지 합하면 312%로 늘어난다. 세입자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면적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채광이 좋지 않은 방은 복층(復層)으로 만들거나 현관에 붙박이 창고를 넣어 골프백이나 여행가방 같은 큰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축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남들과 다른 건물을 지으려면 무조건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건 편견이다. 막상 지어보면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슈거 럼프'는 3.3㎡(1평)당 공사비가 시공 당시 기준으로(2014년) 420만원이었다. 주변에 지은 상자형 상가주택보다 딱 5% 더 들었다. 공사비 5%가 평생의 임대 수익률을 좌우한다면 충분히 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상가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에게 조언한다면.

"일단 짓고 나면 어떻게든 월세가 나갈 것이란 착각은 금물이다. 예전에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최소 비용으로 가장 무난한 건물을 짓고 높은 임대료를 챙기는 건물주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 그런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지어야 하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소 비용'을 고집하기보다 '최적 비용'을 들여서 짓는 것을 추천한다."※ 땅집고가 검증한 최고 건축가와 시공사를 '땅집고 건축매칭서비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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