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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걸렸다"…강남에서 맞붙은 대형 건설사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7.04 04:48

GS·현대·대우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내세워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강남은 국내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그런 만큼 회사마다 혁신 설계와 특수 공법으로 무장한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향후 강남권 새 아파트 공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올해가 강남에 짓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서울 강남3구 재건축 분양 예정 아파트. /부동산114, 각사 취합


■1만5000가구 분양대기…혁신 설계 등으로 차별화

올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개구에서 대기 중인 재건축 아파트는 총 가구수 기준으로 1만5000여가구에 달한다. 대부분 GS·현대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가 시공한다. 이 가운데 1000가구 넘는 대단지만 4곳이나 된다. GS건설이 짓는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와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와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을 앞둔 단지들이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업체간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업체마다 여러가지 혁신 설계와 특수 공법을 속속 적용하고 있다. 현대건설 ‘디에이치’는 아파트 천장을 기존(2.3m)보다 20㎝ 높은 2.5m로 높였다. 움푹 파인 형태의 '우물형' 천장이 적용된 거실과 주방은 2.6m까지 높아진다. 외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성 현관 ‘H 클린현관’을 비롯한 미세먼지 차단 특화 설계도 선보였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 아파트 최상층에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큐브'를 짓는다. /GS건설 제공


이달 말 GS건설이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서초그랑자이’도 마찬가지다. ‘서초그랑자이’는 최고 35층 9개 동 총 1446가구로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59~119㎡ 174가구다.

GS건설은 이 아파트에 ‘우수 디자인 인증’을 받아 발코니 면적 인센티브를 받았다. 다른 아파트보다 발코니 면적이 더 넓어 확장하면 실내 공간을 더 크게 쓸 수 있다. 출입구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2개층 높이 로비공간을 마련하고 최상층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큐브’를 짓는다. 단지 중앙에는 축구장 2.5배 크기의 중앙광장인 ‘그랑파크’가 조성된다.

■ “규제 한파에도 강남 수요는 여전”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가 강남권 재건축 신규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으로 강남권에서 재건축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집값 안정 명분으로 잠실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 심의마저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강남권 신규 분양의 90% 이상이 재건축 물량인데 지금처럼 재건축을 꽁꽁 묶으면 3~4년 후에는 강남권 새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서울 대치동 자이갤러리에 마련된 방배경남 아파트 재건축인‘방배 그랑자이’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GS건설 제공


수요자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청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 4월 분양했던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전용 54~162㎡ 총 758가구)는 1순위 청약에 2092명이 신청해 최고 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전 무순위 청약에는 6738명이 몰렸다.

‘방배 그랑자이’ 분양가는 3.3㎡당(1평) 평균 4687만원. 지난해 11월 서초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4489만원)보다 더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방배동이 전통적인 강남3구의 인기 주거단지가 아닌데도 생각보다 분양가가 높았다”면서 “한 채당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청약 성적표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4월 말 강남구 일원동에서 선보인 ‘디에이치포레센트’(전용 59~121㎡ 총 184가구)는 일반 분양 물량이 62가구로 적었다. 하지만 1순위 청약에 996명이 몰려 16.06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았다.

일원동 일원대우 아파트를 재건축한 '디에이치포레센트' 아파트의 완공 후 예상 모습. /현대건설 제공


■ “분양가는 시세보다 저렴…청약 경쟁 치열할 듯”

전문가들은 점점 더 귀해지고 있는 강남권 신규 브랜드 아파트를 선점하기 위한 청약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강남 아파트 청약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보증을 통해 사실상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통제하고 있어서다. 이달 말 분양할 ‘서초그랑자이’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지난 4월 분양한 ‘방배그랑자이’와 동일한 4687만원으로 정해졌다. 서초그랑자이 주변에 2016년 입주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와 비교하면 최대 3억원 저렴하다.

HUG의 분양가 통제로 분양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준공 후 분양을 고려하는 단지도 늘고 있어 신규 공급은 계속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래미안 라클래시)와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통합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단지는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후분양 단지가 늘어나면서 저렴한 분양가로 선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에 청약 경쟁이 몰릴 수 있다”며 “다만 대출 규제가 강력하고 추가 대책까지 나올 수 있어 ‘묻지마 청약’보다 자금 상황을 고려해 실수요 위주로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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