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라운드건축을 찾은 한 건축주는 “경북 구미에서 서점을 차리고 싶다”며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그런데 그는 “설계와 공사에 1년반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리모델링을 하는데 준비 기간만 1년, 설계 1년, 공사기간 6개월이 필요하다니…. 솔직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 건물을 서점으로 리모델링하는데 장장 1년 반이 걸렸다. 건축주는 리모델링을 의뢰한 이후 1년쯤 지나서야 다시 찾아왔다. 그는 그동안 전국 유명 서점을 직접 돌며 발품을 팔았다고 했다. 서점 운영과 책 유통에 대한 시장 조사를 했고, 해외 서점까지 찾아다니며 체득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렇게 건축주와 함께 리모델링 구상에만 10개월을 들였다. 건물 2개 층에 대한 철거 작업을 완료하면서 다음해 5월, 서점을 오픈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건축 개요
위치: 경북 구미시 원평동
규모: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780㎡
준공시기: 2017년
설계 및 감리: 에이라운드건축
사진: 진효숙 작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보통 작은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데 최소 1년 정도 걸린다. 1년이란 시간은 계절·공법, 일을 진행하는 호흡에 따라 더 걸리는 경우도 많다. 보통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1년 걸린다고 하면 대부분 “그렇게 많이 걸리느냐”며 난색을 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달랐다. 오히려 건축주가 요구한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면서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건축주는 비록 지방 소도시의 작은 책방이지만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건축주의 착실한 준비 덕분에 이 서점은 최근 구미에서는 가장 뜨거운 명소가 됐다.
■ 세계 주요 도시 책방처럼 특별한 공간
이 건물은 규모면에서는 중형 서점에 속했다. 대도시에서조차 서점이 점점 사라져 가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 소도시에서 중규모 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지역 사회의 니즈를 고려한 특화 설계가 필요했다.
건축주는 서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했다. 서울 대형 서점에는 작가 사인회나 세미나, 강연이 종종 열린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건축주는 이곳에서도 시민들이 서울만큼 색다른 문화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요청했다. 2개의 미니 갤러리, 어린이 책 코너, 만화방, 카페, 100여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강연장 등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었다.
■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것 같은 지하 1층 서가
내외부 마감재는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마루와 벽돌을 사용했다.
지하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이어지는 서점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지하 1층은 층고가 낮고 서가가 촘촘하게 붙어있어 마치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다만 시야가 답답하지 않도록 조명을 통해 효과를 냈다. 서가 옆에는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벤치를 배치했다.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는 경기대건축전문대학원에서 건축학석사, 동대학원 건축학 박사를 수료했다. <SKMS 연구소>로 제32회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고, 2013년 ‘에이라운드건축’을 설립해 <아틀리에 나무생각>, <삼일문고>등을 설계했다. <조은사랑채>로 2014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고, 2015년에 <제주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상을 수상했다.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방배동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