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 안이 훤히 보이네?"…투명 문 달린 강남 아파트 근황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9.06.21 05:55
현관문을 통유리로 만들어 밖에서도 집안이 훤히 보이도록 설계한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아파트'. /MBC화면캡쳐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한 주민이 유리 현관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MBC화면캡쳐


2013년 현관문을 통유리로 만들어 밖에서도 집안이 훤히 보이는 아파트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에 지은 임대아파트가 그것. 당시 이 아파트를 본 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집안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면 어쩌라는 거냐”, ”임대아파트에 사는 국민들을 차별하는 거냐” 등 비판적인 의견이 속출했다.

LH가 2013년 공급한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아파트. /이지은 기자


강남보금자리지구 3단지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총 1065가구로 영구임대주택(전용 21·29㎡) 192가구, 국민임대주택(전용 36·46㎡) 873가구다. 모든 집이 소형이다. 주택 내부는 방 1개, 부엌, 화장실이 전부다. 월세는 영구임대주택이 3만6600~4만9500원, 국민임대주택이 23만~32만7000원으로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일본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이지은 기자


LH가 이 아파트에 대한 국제현상공모를 진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공모에 당선된 일본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모든 가구의 현관문을 통유리로 설계한 것이다. 야마모토 리켄은 “입주민들 간 상생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특히 고령자들의 사회적인 접촉과 교류를 고려한 것”라고 했다. 노약자나 장애인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웃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열린 주거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인터넷 상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리 현관문을 통해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만큼 사생활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주자들의 민원이 접수되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공중파 방송을 통해 관련 내용이 퍼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LH도 이런 의견을 반영해 야마모토 리켄 측에 유리 현관문 수정을 요구했지만, 여러 차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파트는 당초 설계대로 2011년 12월 착공해 2013년 11월 입주했다.

입주 6년이 지난 현재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땅집고가 현장을 직접 찾아봤다.

아파트 유리 현관문에 블라인드를 달았다. /이지은 기자


블라인드는 LH가 아파트 입주 직후 입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준 것이다. /이지은 기자


유리 현관문에 블라인드를 달고 그 위에 '뽁뽁이'를 붙여둔 가구. /이지은 기자


유리 현관문을 그대로 달고 생활하는 가구는 한 곳도 없었다. 집집마다 현관문에 옅은 황토색으로 된 블라인드를 달아둔 모습이 보였다. 통유리여서 단열이 안돼 결로가 생기다 보니 블라인드 위에 일명 ‘뽁뽁이(포장용 비닐)’를 붙인 집도 많았다.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가구마다 달려있는 블라인드는 입주 직후 LH가 입주민에게 무상 제공한 것”이라며 “입주 수 년이 지난 만큼 유리 현관문과 관련한 입주민 불만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의 형태와 디자인에 주목한 외국 인사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H 관계자는 “(유리 현관문) 설계를 두고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새로운 형태와 디자인의 임대아파트여서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 사업팀이나 중국·대만·쿠웨이트 외부인사들이 이 아파트를 찾아오기도 했다”며 “특히 입지가 우수한 강남권 주택에 저소득층이 거주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투명한 현관문을 가진 집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우려와 달리 아직 사생활 침해 문제가 본격 제기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블라인드로 가리고 살 거라면 투명 현관문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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