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00 아파트… 당첨만 되면 로또!”
요즘 아파트 분양 광고를 살펴보면 ‘로또 분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부가 분양가격을 가격을 통제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입지가 거의 비슷한 지역에서 지은지 10년 이상 된 아파트 보다 저렴하다면 당연히 청약하는게 유리하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분양 가격이 싸다’ ‘저렴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건설사가 말하는 가격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격이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요즘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 평균의 함정…액면가만 낮추는 꼼수 분양
첫 번째, 평균 분양가를 왜곡하는 경우입니다. 건설사(시행사)가 아파트 분양을 하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아야 합니다. HUG는 시행사 말을 믿고 주택을 사는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해 입주 때까지는 보험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입니다. HUG는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실거래가나 주변 분양하는 아파트 비해 높을 경우 분양 보증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합니다.
건설사나 시행사들에게는 불리하지만 분양 받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HUG를 통해 시공사(시행사)가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허그의 심사기준을 좀 교묘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허그는 분양가를 심사할 때 주택형별 ‘단순 평균 분양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건설사가 주택형 2종류가 있는 D 아파트 단지 분양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59㎡ 주택이 1000가구, 인기 없는 대형 150㎡ 주택을 2가구 분양합니다. 건설사는 59㎡ 주택은 3.3㎡(약 1평)당 3000만원에, 150㎡ 주택은 1000만원에 분양 가격을 책정합니다. 이럴 경우 허그는 평균 분양가격을 (3000만원+1000만원)/2로 계산해 2000만원이라고 계산합니다.
건설사도 허그의 판단에 따라 “우리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 당 2000만원, 주변 시세보다 평당 300만원 이상 저렴”이라고 광고하는 식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부분 59㎡ 아파트를 평당 3000만원에 청약하게 되는데, 건설사가 내세우는 평균 가격은 평당 2000만원으로 둔갑합니다.
최근 아파트 분양 평가 전문 어플리케이션인 ‘리얼하우스’의 경우 평균 분양가격을 표시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 가격은 최대한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을 제공합니다. 해당 건설사와 마케팅 회사에서 “리얼하우스 표시 분양 가격이 우리가 책정한 평균 분양 가격보다 비싸게 표시된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똑같은 이유 때문에 벌어지는 오해입니다.
전문가들 이런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자, 허그도 최근 단순 평균을 내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허그가 ‘평균 가격’의 기준을 바꾼다고 해서, 건설사들도 마케팅을 할 때 기준을 바꿀지는 의문입니다.
■ 과도한 옵션 비용…결국 분양가와 다름없어
두번째, 평균 분양가를 두고 눈속임을 하는 또다른 방식은 옵션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선택하지 않아도 되지만 청약자 대부분이 선택하는 발코니 확장이 대표적입니다. 발코니 확장은 옵션이지만,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선택합니다. 천정형 에어컨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건설사들이 분양가는 낮춰놓고, 발코니 확장 비용은 예전보다 좀더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질 분양가는 훨씬 높아집니다. 유상 옵션을 더하면 평균 분양가가 100만~200만원까지 높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 “중도금, 그냥 연체하세요”…금융비용 포함한 고분양가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분양가격이 9억원 이상인 경우 정부가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는데, 건설사들이 아예 9억원 이상으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놓고 대출 연체 이자는 낮게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통상 금융권에서 연체 대출 이자는 정상 대출 이자의 2배씩 책정되는데, 애초부터 연체 대출 이자를 정상 대출 수준으로 책정해 놓습니다.
이런 경우 대출 연체에 따른 금융 비용은 이미 분양가격에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름만 연체’일뿐 사실상 중도금 대출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으로 분양시장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는 ‘중도금 무이자’ ‘중도금 이자 후불제’ 역시 이자 비용이 이미 분양가격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방배동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