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매년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은 6~7%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다. 2015년 7월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에게 부동산 매입을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한국에서도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땅집고는 조선일보 베트남 특파원(호찌민) 이미지 기자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베트남 부동산 체험기’를 연재한다.
[좌충우돌 베트남 부동산 체험기] ② 세입자는 중개수수료를 안 내는 베트남
#4. 이제 집을 보러다닐 차례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중개 사이트와 앱은 골칫꺼리는 ‘허위매물’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도 허위매물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집을 구할 때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많은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다양한 매물을 보는 게 좋습니다. 실제 중개인을 만나보면, SNS상에 소개한 매물이 없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집주인이 한 달치 월세를 중개 비용(복비)으로 지급합니다. 비싼 집을 중개할수록 높은 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지요. 한국과 달리 세입자는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습니다.
저는 우선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한 베트남 부동산 중개인에게 제가 원하는 가격과 관심이 있는 단지를 알려줬습니다. 중개업자도 역시 카카오톡을 통해 매물의 거실, 방, 화장실 사진 등과 가격을 전달해주더군요.
첫날 4개, 다음날 8개의 매물을 봤습니다. 중간 중간 다른 부동산 업자와 만나서 집을 보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돌아다닌 결과 20곳이 넘는 집을 방문해 집을 선택했습니다.
1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베트남에서 한인 부동산 중개인(회사)를 통해 집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한인 중개인을 만나면 의사소통이 편하고 오역이나 불통으로 인한 위험도 줄일 수 있죠. 그러나 한인 부동산을 통해 거래하면 월세가 좀 비싼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인들이 선호하는 집 상태, 시스템이 갖춰진 곳을 추천하다보니 같은 집이라도 월세가 조금 더 나갑니다. 올해 초 기준으로 제가 고른 아파트(침실 2개 기준)는 750~800달러 안팎이었는데, 한인 부동산은 통하면 800~850달러였습니다.
하지만 딱히 한인중개업소가 비싸다고 하기는 좀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한인부동산을 통하면 말하기도 편하고, 오류도 좀 줄어드니 이런 서비스 만큼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소비자가 선택을 해야하는 부분이죠.
#5. 어디서살지 결정을 했으니 집주인과 계약을 해야죠. 집 상태와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야합니다.
우선 집 상태입니다. 계약을 하기 전 동영상과 사진으로 집 상태를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종종 “계약 만료 후 집주인이 ‘하자 보수’ 등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곤 합니다. 외국에서는 특히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닐텐데요. 추후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하자가 있는 부분을 함께 확인하고 증거를 남긴뒤 ‘계약서’에 명시해야합니다.
저희 집은 싱크대 수도 꼭지가 헐거워 고쳐달라고 요청한 뒤 계약서에 적고 집주인 사인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고치긴 했지만 좀 쓰다보니 또 헐거워지더군요. 나중에 가서 ‘네가 고장낸 것’이라고 할 소지를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가구를 갖춰놓고 임대하는 ‘풀 퍼니시드’ 조건이 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구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체크해야합니다.
수도세, 전기세 이외에 어떤 비용이 개인 부담인지도 명확히 해야합니다. 저의 경우 인터넷과 TV를 집주인 부담으로 할 테니 월세를 10달러 올리자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개인 부담 항목에 ‘케이블 TV’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TV’라는 기계를 말했고, 저는 ‘드라마, 뉴스 등의 채널이 나오는 TV 서비스’를 얘기했던겁니다.
인터넷도 속도에 따라 월 이용 금액이 다릅니다. 특정 회사 상품까지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일정 속도 이상의 인터넷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게 좋습니다.
#6. 주의할 점.
계약을 하고 나서 집주인에게 비자를 보내 거주신고를 하도록 해야합니다. 집주인이 자신의 집에 세입자를 들이면 거주 신고를 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가 외국인일 때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월세를 ‘달러’로 계약하고 실제 납부는 베트남 화폐인 ‘동(vnd)’으로 받습니다. ‘○달러를 월세 날 기준 특정 은행의 환율로 계산한 베트남 동(vnd)으로 지급한다’는 식이죠. 매월 1일 700달러를 내는 계약이라면, 1일 비엣콤은행 달러-동 판매환율(selling rate)대로 환산한 금액을 동으로 지급하는 겁니다.
일부 집주인들은 직접 ‘달러’를 달라는 식의 요구를 한다고 합니다. 이 때는 매번 부담해야하는 달러 인출 수수료도 세입자 부담이 됩니다.
이렇게 집을 구하는데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집을 잘 구했는지, 못 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땅집고 독자들께 소개한 이 과정은 ‘기자’로서 취재 내용을 전해 드린다기 보다는, 베트남에서 집을 실제로 구하는 과정을 알려드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어떤 집을 살거냐, 가족이 몇 명이냐, 예산이 얼마냐에 따라 모두의 체험이 달라질겁니다. 저보다 베트남에서 생활을 오래하신 ‘고수’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베트남 부동산 고수'를 취재해 땅집고 독자들께 고급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을 거스른 90일 창조의 기적